9살부터 목표는 하나…아버지 죽인 그놈 17년간 좇은 中 청년
어릴 적 이웃의 칼에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9살에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17년이나 범인을 계속 찾아 헤맸고 마침내 범인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국신문망과 인민일보 온라인판 등은 아버지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한 중국 남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싸움이었다. 2000년 8월 중국 윈난 성. 당시 9살이던 샹밍첸(向明錢)은 이웃에 사는 아이 장쥔(가명)과 함께 도로변 웅덩이에서 놀고 있었다.
장쥔이 장난삼아 웅덩이에 던진 돌이 물보라를 일으켜 샹을 젖게 만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화가 난 샹은 큰 돌을 던져 장을 화나게 했다. 둘은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했다. 아이 싸움에 양측 가족이 뛰어들면서 샹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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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장쥔의 아버지인 장모우치를 비롯해 여러 명이 샹의 가족을 위협했다. 일행은 칼 등 흉기로 샹의 아버지 샹원즈(向文志)를 내리쳤다. 샹원즈는 목·심장·배 등 18군데를 찔려 목숨을 잃었다.
샹의 가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이 나타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샹의 아버지를 찌른 장모우치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조사도 형식적이었다. 경찰은 남에게 말하지 말라며 장례비로 1000위안(약 17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샹원즈의 죽음은 흐지부지된 채 현지 경찰은 미해결 사건으로 수사를 끝냈다.
아버지를 잃고 가족은 절망에 휩싸였다. 샹의 어머니는 생활을 위해 과일을 팔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얻지 못했다.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샹은 학교를 그만두고 거리에서 국수를 팔며 어머니를 도와야했다.
그에게는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샹은 2007년 윈난 성 쿤밍 시의 철도역에서, 2013년에는 푸젠 성에서 범인을 봤다는 정보를 얻고 그곳을 찾아갔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에야 장이 푸젠 성의 한 식기공장에서 일한다는 유력한 정보를 입수했다.
샹은 공장 옆에서 3일을 잠복해 결국 장을 찾았다. 중국망은 "샹은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증거물로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이 일어난 지 17년 만에 범인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9살 소년 샹은 이미 26세가 되어 있었다. 샹은 범인을 잡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추적을 하느라 상당한 비용도 치렀다. 그가 17년간 범인 추적에 쓴 돈은 8만 위안(1371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 10월 10일, 범인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주범이 잡히고 2년 전 종신형이 선고됐지만 샹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공범을 찾고 있다. 그날 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장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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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군가에 의해 관련 자료가 인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당국이 과거 부실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장의 검거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민일보 인터넷 사이트는 지난 18일 "살인사건과 관련해 문서가 인멸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관련 부서가 사찰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사건에 기율 위반이 있으면 기율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고 수사 상황을 즉시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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