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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동 중 2개만 '땅딸막'…대놓고 임대동 티낸 개포 재건축

소셜믹스인가 차별인가

입주 코앞 디에이치아너힐즈

2개 임대 동만 저층에 단색 마감

입주 예정자 “차별당할까 걱정”

소셜믹스 정책 15년 넘게 정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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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아파트 단지. 23개 동 중 2개 동이 유독 튀어 보였다. 층수가 7층으로, 최고 33층인 다른 동보다 왜소했다. 외장재는 온통 적갈색 대리석인데, 3가지 이상 색상의 대리석·페인트로 마감된 다른 동과 대비됐다. 위치 또한 대로변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후문 근처에 몰려 있었다. 다음 달 1일 입주 예정인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안의 공공임대 동 이야기다.


한 임대 가구 입주 예정자는 “당첨됐을 때는 좋아했는데 막상 들어가려니 아파트가 아니라 상가 건물 같다”며 ”3살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고 5살 되면 유치원도 갈 텐데 임대 아파트에 산다는 게 부각되고 차별대우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반 동 주민들은 “비싼 돈 내고 들어오는 사람과 정부 지원을 받고 들어오는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를 두는 건 당연하다”고 반발한다. 재건축 조합 측은 “차별로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임대 동이 겉으로는 튀어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일반 아파트와 똑같이 비싼 자재(대리석의 경우 최고급 이탈리아산)를 썼다”며 “2개 동 안에 조합원 23가구도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단지에선 입주도 하기 전부터 일반과 임대 주민 사이에 냉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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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3년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소셜 믹스(social mix)’ 단지를 도입하고 있다. 한 단지 안에 일반과 공공임대 아파트를 섞어 짓게 하는 정책이다. 저소득층 주거지 슬럼화에 따른 빈부 격차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소셜 믹스는 공공택지지구 개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에서 주로 적용된다. 정비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으로부터 일부 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SH에 따르면 서울의 소셜 믹스 주택은 임대 가구 기준으로 지난 5월 31일 현재 290개 단지, 1342개 동, 6만2526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앞으로 ‘소셜 믹스’ 비율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재개발 사업의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최고 20%에서 3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재건축의 경우 현재는 용적률 완화 시에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가량을 임대 주택으로 지어야 하는데, 용적률 혜택을 안 받는 사업에도 소셜 믹스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왕궁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서울시 권고에 따라 임대 주택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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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셜 믹스 제도는 15년 넘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디에이치아너힐즈처럼 단지 구석에 임대 가구를 몰아넣어 사실상 단지를 이등분하는 사례가 가장 흔하다. 심한 경우 일반 동과 임대 동 사이에 담을 쌓거나 길을 내기도 한다.


일반 주택과 임대 주택이 한 동에 함께 있는 곳에서도 ‘구별 짓기’가 일어난다. 서울 마포구 메세나폴리스(합정1구역 재개발)는 한 동에 임대(4~10층)와 일반(11~29층) 가구가 함께 있지만, 엘리베이터·비상계단이 따로 나 있다. 임대 가구 비상계단에선 11층 이상으로 갈 길이 막혀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 났을 때 옥상으로 대피할 통로가 없어 참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이런 설계는 불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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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믹스 단지에선 관리비로 인한 갈등도 크다. 은난순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일반 주민은 건물의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경향이 있지만 임대 주민은 관리비를 최소화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관리 제도가 2개인 단지가 많다”며 “합일점을 찾도록 돕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정부는 하드웨어적으로 섞는 것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융화시킬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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