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서울탈출기]③ 서핑에 눈 떠 PD 때려 치웠다…이들이 강릉서 먹고사는 법
[2030 서울탈출기]③
서핑하고 요가하며, ‘쉼’ 기획하는 PD와 기타리스트
이제 귀농·귀촌은 은퇴자와 노년층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귀농·귀촌한 인구 중 2030은 44%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이들은 도시를 떠나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2030 ‘프로 시골러’들은 서울에 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하고, 돈 벌고, 자아를 실현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팀이 한 달간 전국 팔도를 누비며 만난 다섯 명의 ‘도시 탈출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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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에 빠져 강원도에 짐을 풀다
CJ ENM에서 PD로 일했던 한귀리(39)씨는 GS 기업문화팀 등을 거쳐가며 약 13년간 지속됐던 직장생활을 접고 지난 2019년 강릉에 게스트하우스 ‘위크엔더스’를 열었다. 강릉 구도심 지역에 위치한 위크엔더스는 1974년에 지어진 2층짜리 여인숙을 개조한 곳이다. 1층의 조식 식당 겸 카페에선 한 씨의 파트너 염승식(40) 대표가 강릉 초당두부로 만든 스프레드(잼) 등 건강한 음식을 낸다. 염 대표 역시 서울 홍대를 누비던 록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전인권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 7년 전 서핑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 주말마다 강원도를 오갔던 두 사람은 강릉에 자리를 잡고 자신들처럼 바다를 갈망하는 도시인을 위한 숙박공간을 열었다.
위크엔더스의 명물은 ‘리트릿 프로그램’이다. 성수기 시즌 주말마다 1박 2일로 투숙객들이 모여 함께 바닷가에서 요가를 하고 서핑을 하며 강릉의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혼자서 아무 준비 없이 와도 강릉을 충분히 느끼고 재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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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서울을 떠났나.
A : 한_무엇보다 서핑이 계기였다. 어느 날 바다에 떠서 육지를 바라보는데, 광활한 바다에 비해 육지의 삶이 작아 보였다. 그 경험이 압도적이었다. A : 염_한 대표와 함께 서핑에 빠져 강원도를 오가다가 바다와 친해졌다. 발리·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면서, 서울을 벗어나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7년 전 서핑에 빠진 둘은 발리와 제주, 양양 등을 오가며 바다와 친해졌다. 언젠가 한 번은 바닷가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강릉에 공간을 열었다. 강릉=장진영 기자 |
Q : 강릉에 터를 잡게 된 계기는.
A : 한_보통 이곳의 숙박 공간은 도시인들이 손님이니까 되도록 찾아오기 쉬운 곳이어야 했다. KTX가 있는 강릉이면서, 역에서도 가까운 구도심 지역의 오래된 여인숙 건물을 발견하고는 '여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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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실제 서울을 탈출해보니 어떤가.
A : 한_서울에 살 땐 주말마다 기를 쓰고 와 서핑을 했는데, 여기가 일상이 되니 아무래도 서핑을 덜 하게 된 것 빼고는 만족스럽다. A : 염_도시에 살 땐 새벽 배송 열혈 이용자였다. 도시적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어 혹시나 지방에 사는 게 불편하진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 지내보니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지금은 굳이 새벽에 그렇게 빨리 물건을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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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떻게 먹고 사나.
A : 염_숙박업이지만, 단순히 공간만 내어준다기보다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여유를 경험하고 갈 수 있도록 일종의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크인을 마친 숙박객들이 다 같이 모여서 서핑·요가를 하러 바닷가에 갔다가, 돌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에는 경포 호수에서 요가를 하고 조식을 먹는다. ‘리트릿’ 프로그램이다. 경험해 본 사람들의 호응이 무척 좋다. A : 한_살아보니 ‘로컬’에 기회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포화 상태고, 뭔가 하나를 해도 치열하게 해야 살아 남는데, 로컬엔 오히려 뭐가 너무 없다. 서울내기들이 토박이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내는 콘텐트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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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서울탈출, 추천하나.
A : 한_서울과 비교하면 수입은 적지만, 내가 살고 싶은 환경에서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쓰면서 사니까 만족도는 높다. 게다가 요즘은 온라인 쇼핑이나 배송 등이 어느 정도 갖춰져서 어느 지역에 살아도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꾸려 갈 수 있다. 강릉=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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