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0년전 日서 유행 시작? 표절논란에 뜨거워진 '감자빵의 변명'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자빵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원 춘천의 카페 감자밭이 자신들이 개발한 빵을 대기업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파리바게뜨는 문제 제기에 따라 12일 생산을 바로 중단하면서도 “표절은 절대 아니다”고 밝히면서 궁금증을 남겼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자빵이 뭐라고


카페 감자밭은 지난 3월 2년간 개발한 ‘감자빵’을 완성했다고 알렸다. 반죽에 감자가루, 쌀가루를 넣고, 으깬 감자를 소로 넣은 뒤 구운 제품이다. 빵 모양을 막 캐낸 감자 모양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언론에 춘천 여행할 때 꼭 맛봐야 할 제품으로 소개되면서 현대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먹거리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9일 강원도 감자빵 3종을 출시했다. 강원도 감자 농가를 돕기 위한 행사로 사들인 평창군 감자(예정 구매 물량 100t)를 소진할 때까지 빵 등으로 만들어 파는 농가 돕기 행사였다. 문제가 된 빵은 강원도 감자의 맛과 모양을 살렸다는 ‘강원도 감자빵’이다.


카페 감자밭 측은 “그동안 진짜 감자처럼 모양을 살린 감자빵은 없었고 감자를 캐릭터화한 것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황씨는 “대기업이 춘천의 작은 빵집이 만드는 감자빵을 복사했다”며 “춘천의 작은 빵집과의 상생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적었다.


SPC 관계자는 13일 “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생산 중단을 신속하게 결정했다”며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개인 사업자에 피해를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어차피 수익을 위해 만든 빵이 아니라 농가를 돕기 위해 만든 빵이었기 때문에 3종 중 하나를 접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SPC 관계자는 “감자 재료로 나머지 2종을 계속 만들고 조만간 새로운 빵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소모적 논쟁으로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페 감자밭의 이미소 대표는 “더는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페이크 빵’의 한 종류


감자를 재료로 활용한 빵 레시피는 사실 드문 것은 아니다. 여러 제빵 서적, 해외 레시피 사이트에도 유사 레시피가 존재한다. 앞서 2018년 파리바게뜨 중국 본부가 출시한 ‘미스터 포테이토’도 지난 9일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제품과 개념과 모양이 거의 같다. 미스터 포테이토가 약간 길쭉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이 빵에도 으깬 감자를 소로 넣어 맛을 냈다.

중앙일보

2018년 파리바게뜨가 중국에서 출시한 미스터 포테이토. 사진 SPC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감자빵 원조는 파리바게뜨인가. 그렇지는 않다. 제빵제과업계에 따르면 감자빵은 2000년대 초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페이크 빵’의 한 종류다. 빵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모양을 그대로 한 제품이다. 고구마를 넣으면 고구마 모양으로, 사과를 넣으면 사과 모양으로 빵을 성형해 굽는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공항이나 기념품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쿄 바나나빵’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현재 각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페이크 빵이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엔 특히 인스타그램 여행 인증이 필수가 되면서 여기에 알맞은 ‘사진 잘 받는’ 빵이 많이 만들어진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페이크 빵은 일본에서 제빵을 공부한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빵의 종류”라며 “감자빵 원조 논쟁은 새삼스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다양한 페이크 빵.왼쪽부터 해남 고구마빵, 안동 사과빵, 청주 복숭아빵, 강릉 커피콩빵, 제주한라봉빵, 공주알밤빵. 사진 각 업체


감자빵은 보편적 레시피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감자빵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 생산 중단은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과 “대기업인 만큼 좀 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현재 감자빵을 파는 카페와 제과점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뚜레쥬르는 감자빵에 치즈를 넣은 ‘못난이 감자치즈’를 지난달 출시했다. 뚜레쥬르의 신제품 출시에는 아무도 복제 문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감자빵도 소보루나 단팥빵, 치아바타처럼 빵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는 업계 설명이 타당하다. 춘천 감자밭 감자빵이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카페 감자밭이 갓 캐낸 감자 모양의 감자빵이 올해 유행한 것에 대한 상당한 지분이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파리바게뜨가 지역 생산자와 협업을 통해 상생 취지를 더욱 살리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수정했습니다=14일 오전 7시에 첫 출고된 기사엔 상상초콜릿협동조합이 2013년부터 감자빵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협동조합 설립일과의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삭제합니다. 상상초콜릿협동조합의 감자빵 출시는 2020년 춘천 감자밭 감자빵 출시 이후입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