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사서 450만원에 판다…한정판 투자 ‘스니커테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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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해서 어렵게 사도 "사면 무조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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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한준(31) 씨는 지난달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21만 9000원에 구매했다. 이 운동화는 얼마 전 군대를 전역한 가수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다. 전 세계에 1만족만 한정 발매한 이 운동화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지드래곤 팬의 관심을 모았다. 추첨을 통해 이 제품을 산 김 씨는 “이 운동화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구매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홍대 인근 나이키 스니커즈 편집매장에서 제품을 받기 위해 12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했다. 김 씨는 이 제품의 재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제품 구매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더니 팔라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며 “52만원 정도에 리셀(Re-Sellㆍ재판매)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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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인 1월 10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에비뉴엘엔 전날부터 오프화이트X나이키 척 테일러 70 스니커즈 발매를 기다리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가 전날부터 긴 줄을 섰다. 이들은 특정 상품을 사기 위해 줄 서는 것을 “캠핑한다”라고 부른다. 이 제품은 판매 3시간 만에 완판됐다. 지난 9일 롯데백화점이 단독 유치한 ‘JW앤더슨X컨버스’의 ‘런스타하이크’ 스니커즈도 판매 시작 8시간 만에 1000족이 완판됐다. 판매 당시 10만원대였던 이 제품은 현재 3배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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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기 힘든 한정판…리셀링으로 이익 얻는 구조
부동산이 아닌 패션에서도 지속해서 가격이 오르는 고가 명품에 투자하는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샤테크(샤넬+재테크)’, ‘루테크(루이뷔통+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에 이어 고가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한 뒤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스니커테크'가 자리잡았다.
이와 같은 ‘O테크’는 ‘리셀(Re-Sell)’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리셀링이란 소비자가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한 뒤 중고 거래를 통해 재판매하는 것이다. 리셀링으로 거래되는 제품은 대부분 첫 출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
실제로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샤넬의 ’빈티지 2.55 클래식 미디엄‘ 가방은 2007년 300만 원대에서 2009년 490만원대, 2012년엔 680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올핸 800만 원대에 거래된다.
2007년 100만원 이하였던 루이뷔통의 ’스피디 30 다미에아주르‘ 가방은 현재 132만원에 팔린다. 또 2015년 290만 원대에 판매됐던 루이뷔통의 ’클루니bb‘ 가방의 현재 가격은 35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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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리셀 시장 48조원 예상
미국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인 스레드업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8조원이다. 이 회사는 내년 리셀 시장이 4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리셀 시장이 커지는 것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를 주로 사고 파는 차원이 아닌, 희소 가치가 있는 한정판 수집으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인 해외명품 브랜드에서 스니커즈, 빈티지 가구, 아트 토이 등으로 품목도 다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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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한정판 유치 박차
스니커테크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뜨고 있다. 이들은 선착순 판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캠핑까지 불사한다.
특히 국내에선 오프화이트는 물론 나이키의 서브 브랜드인 에어 조던,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 시리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톰 색스와 나이키가 협업한 스니커즈의 경우 기존 판매가가 10만원 대 후반이었는데, 현재 최대 450만원에 거래된다. 오프화이트와 컨버스가 협업한 제품도 기존 판매가가 10만원 후반인데 100만원 이상에 리셀링 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유통업계는 한정판 스니커즈 행사 기획을 통해 밀레니얼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쓴다. 롯데 프리미엄몰에선 12월 한 달간 프리미엄 스니커즈 브랜드 ‘아쉬’의 크러쉬비스 한국 한정판 스니커즈와 휴고보스X마이센의 트레이너 한정판 스니커즈도 팔고 있다.
롯데백화점 유다영 스포츠 치프바이어는 “커지는 리셀 시장 규모에 맞춰 다양한 한정판 제품 유치를 통해 밀레니얼 고객을 집객시킬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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