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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중앙일보

1호 국가정원서, 꽃 보며 즐기는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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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순천? 지난 1일 개막한 국제정원박람회를 두고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2013년에도 전남 순천시는 박람회를 열었고 6개월간 440만 명이 다녀갔다. 대전이나 여수가 엑스포(박람회)를 다시 개최한다는 소식은 없다. 그런데 순천은 또 정원박람회를 열었다. 순천시는 왜 10년 만에 박람회를 다시 열었을까?


현장을 가보고서야 알았다. 지난 박람회로 정원 문화를 선도한 순천은 이번에 생태 도시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박람회장을 도심으로 확장하고, 방문객이 즐길 거리를 늘렸는데 진짜 인상적이었던 건 따로 있다. 생태 도시 순천의 자신감과 자부심이다.


저류지·4차선 도로, 산책로로 변신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 첫 행사와 뭐가 달라졌을까? 우선 커졌다. 10년 전 박람회 때 사용한 부지는 111만㎡였다. 세계 5대 연안 습지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도심과 습지 중간에 있는 논을 박람회장으로 사용했다. 도심 확장을 막는 완충 지대로 정원을 활용한 것이다.


2013년 박람회는 성공했고, 이태 뒤 정부는 순천만 정원을 ‘한국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올해는 도심 쪽으로 박람회장을 더 넓혔다. 무료 권역까지 합하면 박람회장 규모는 548만㎡에 달한다. 10년 전보다 다섯 배 가까이 넓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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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주목할 곳은 무료 권역의 ‘오천그린광장’이다. 원래 이곳은 홍수로부터 도심 침수를 예방하는 ‘저류지’였다. 잡초 무성한 볼품없는 땅이었다는 뜻이다. 이곳이 그야말로 상전벽해 했다. 수해가 발생하면 물을 가두는 기능은 유지하면서 온갖 꽃과 나무가 우거진 풍광을 감상하는 시민 쉼터로 거듭났다. 1.2㎞에 이르는 마로니에길은 산책하기에 좋고, 오천 언덕을 빙글빙글 돌며 오르내리는 것도 재미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지구를 느끼고 건강도 챙기는 ‘어싱(earthing)길’도 이번에 선보였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오천그린광장은 이번 박람회의 핵심 콘텐트이자 새로운 광장 문화를 끌어낼 모델”이라며 “4차선 도로에서 잔디 깔린 산책로로 탈바꿈한 ‘그린 아일랜드’, 동천에 띄운 ‘물 위의 정원’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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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그린광장을 기준으로 동천 건너편에는 면적 26만㎡에 달하는 ‘풍덕 경관정원’이 있다. 개인 농경지를 순천시에서 매입했다. 풍덕 경관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경관을 연출하는데, 현재는 유채꽃과 튤립으로 노을 물든 순천만 갯골을 형상화했다. 갯골 사이를 걸어도 좋고, 동천 옆에 조성한 산책로에서 너른 들을 굽어봐도 좋다. 이곳 외에도 대대들·해룡들 등에서 압도적인 규모의 논 아트를 볼 수 있다.


입장권이 필요한 ‘국가정원’도 크게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핵심 콘텐트 몇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식물원과 시크릿가든. 호수정원 뒤편에 자리한 대형 온실이 국가정원식물원이다. 순천의 산수를 형상화한 뒤 열대 식물을 배치한 점이 흥미롭다.


식물원 2층은 시크릿가든과 연결된다. 밖에서 보면 능(陵) 같지만, 안쪽 계단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영하 10도의 ‘빙하정원’에는 가문비나무 같은 한지 식물이 사는데, 미디어아트로 혹한의 환경을 가상 체험하도록 했다.


1박 50만원대 가든스테이 ‘불티’


정원 안에서 잠도 잘 수 있다. 가든스테이 ‘쉴랑게’ 이야기다. 대형 텐트에서 잠을 자고 세 끼 식사(석식·야식·조식)를 즐기는 글램핑이다. 2인실 1박 비용이 45만~55만원인데도, 4월 예약이 거의 마감됐다. 특급호텔 출신 주방장이 순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박람회 개막식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여기서 만찬을 즐겼다. 너무 비싼가? 그렇다면 풍덕 경관정원 옆 ‘풍덕꽃가람야영장’이 대안이다. 하룻밤 사용료 최저 2만5000원. 대신 야영 장비는 챙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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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기간, 국가정원은 오후 9시(6~8월은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조명 은은한 밤의 정원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순천 도심에서 동천을 따라 국가정원 안으로 이동하는 보트 ‘정원드림호’도 오후 8시30분까지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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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는 이번 박람회에 마을 정원도 포함했다. 틈새정원·옥상정원·띠정원 등 온갖 형태의 정원을 도심 골목골목에서 만났다. 10년 전 박람회 이후 정원문화가 확산한 증거다. 남산 아래 저전동이 대표적인 정원 마을이다. 저전동 주민 강은군(90)씨는 “삭막했던 골목에 나무와 꽃이 많아지니 기분이 백 배는 좋다”며 웃었다.


작가 리베카 솔닛은 소설가 조지 오웰의 말을 빌려 “전쟁의 반대말은 정원”이라고 『오웰의 장미』에 썼다. 전쟁 같은 일상을 사는 도시인에게 진짜 절실한 게 뭔지 순천에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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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여행정보=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입장권 어른 1만5000원, 어린이 8000원. 박람회 기간 무제한 입장할 수 있는 ‘전기간권’은 어른 6만원. 순천 도심에서 국가정원 안쪽까지 다니는 보트 ‘정원드림호’는 어른 편도 8000원, 왕복 1만2000원. 자세한 정보는 박람회 홈페이지 참조.


순천=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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