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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기 지운 레이디 가가, 노래가 더 잘 들리네

‘스타 이즈 본’에서 무명가수 역할

성공과 추락 갈리는 로맨스 다뤄

상대역 브래들리 쿠퍼 감독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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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을 전혀 못 들어봤다고 하긴 힘들다. 작은 체구에서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가창력을 뿜어내는 이 여성 가수는 음악만 아니라 화려하고 도발적인 패션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러왔기 때문이다. 분장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짙은 화장은 물론이고 무대 안팎에서 선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의상 역시 자주 화제가 되곤 했다. 특히 날 것인 쇠고기를 마치 헝겊조각처럼 이어붙여 입고 나온 이른바 생고기 드레스는 그 취지가 무엇이든, 엄청난 시각적 충격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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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레이디 가가가 분장기, 아니 화장기 없는 얼굴로 연기를 한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그는 재능은 있지만 큰 코를 비롯해 외모에는 자신 없는 무명 가수 앨리를 연기한다. 앨리는 낮에는 호텔종업원으로 일하며 어느날 밤 술집 공연 무대에 오르는데, 마침 근처에서 대형 공연을 마치고 술 한 잔 더 할 곳을 찾던 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 분)이 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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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거침없는 직진형 로맨스다. 잭슨은 하룻밤만에 앨리의 음악적 재능과 꾸밈없는 매력에 매료되고, 다음날은 비행기를 보내 다른 곳에서 열리는 자신의 공연에 초청한다. 심지어 예고도 없이 무대로 불러내 전날밤 앨리가 들려줬던 자작곡을 편곡한 노래를 함께 부른다.

이렇게 연인이자 동료가 된 두 사람에게는 엇갈리는 운명이 기다린다. 앨리가 새로운 매니저와 함께 솔로로 데뷔해 성공가도를 달려가는 사이, 잭슨은 술과 약물에 찌든 상태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이런 줄거리가 낯익게 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타가 되는 신예, 그에게 기회를 주고 스스로는 몰락하는 스타의 슬픈 로맨스는 할리우드에서 같은 제목으로 1937년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네 차례 영화화됐다. 국내 영화팬들에겐 그 중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주연을 맡은 1976년작이 ‘스타 탄생’이란 번역 제목으로 친숙하다. 2018년의 신작은 절절한 로맨스를 새로운 음악과 연기로 흡입력있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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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는 자기파괴적인 성향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극적 선택을 하는 잭슨을 연기하는 동시에 이 영화의 감독, 제작, 공동각본까지 고루 맡았다. 잭슨이 펼치는 공연 장면은 영화 관객도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연출이 돋보인다. 덕분에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듣게 되는 음악에도 어느새 빠져들게 만든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섈로우’를 비롯해 대부분의 노래는 두 인물의 자전적 경험이나 감정을 노랫말로도 담아낸 것이 특징. 특히 잭슨을 어떻게든 북돋우려 하지만 결국 잃게 되는 앨리의 심경을 표현하는 레이디 가가의 연기와 마지막에 혼자 부르는 노래는 충분히 심금을 울린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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