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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18연패 가장 슬퍼할 1인···27년째 '의리' 지켜온 회장님

[기업딥톡23] 재무제표로 본 대기업 야구단과 기업 총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프로야구 무관중 경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응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직장인 단톡방도 '집콕 응원'의 집결지다. 그룹을 대표하는 야구단은 있다면 그 강도는 더 뜨겁다. 지난 12일 한화그룹 임직원 단톡방이 그랬다.


“삼미 슈퍼스타즈와 타이(18연패) 되면 야구단이 아닌 그룹 망신이다.”


“주말에는 강팀 두산이 기다리고 있어 안심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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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이글스 지분 27년째 보유


걱정은 현실이 됐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12일 두산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8연패를 기록했다. 다행히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7대 6으로 이겨 극적으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김승연 회장이 이번 연패에 가장 가슴 아파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지난 4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한화 이글스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10대 기업 총수 중 야구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 김 회장이 유일하다.〈표 참조〉 이에 대해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빙그레 이글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팀명을 바꾼 1993년 법인 등기를 새로 했는데 구단주인 김 회장이 이때부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27년간 야구단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그룹 사훈인 신용과 의리를 몸소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 직원은 “김 회장이 2018년 10월 야구단 점퍼를 입고 대전 구장을 찾아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관할 만큼 애정도 각별하다”고 말했다.



야구단을 향한 대기업 총수의 애정은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10개 야구단 중 자산총액이 가장 많은 건 LG 트윈스(법인명 LG스포츠)로 852억원을 기록했다. LG스포츠가 야구단과 농구단을 통합해 운영하는 법인이란 걸 감안해도 자산총액 2위 롯데자이언츠(183억원)와 큰 차이를 보인다. LG스포츠의 자산 중 상당수는 2014년 완공한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가 차지했다. 챔피언스파크는 2018년 세상을 떠난 구본무 회장이 그룹 총수로 있던 시절 LG그룹이 1200억원을 투자해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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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회장의 우승주, 3년 전 리필


LG 트윈스 관계자는 “구 회장은 매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선수단 전체를 초대해 회식을 할 정도로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말했다. 챔피언스파크 역사관에는 구 회장이 야구단에 선물한 우승주가 봉인된 채 잠자고 있다. 구 회장은 94년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 훈련을 떠난 선수단을 찾아 지역 특산주인 아와모리 소주를 함께 마시며 “올 시즌 우승을 하면 이 술로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그해 LG트윈스는 우승을 차지했고 95년 시즌을 앞두고 아와모리 소주를 사와 또 우승하면 마시기로 했다. 이후 LG트윈스를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고 아와모리 소주도 25년간 봉인을 뜯지 못하고 있다.


LG 트윈스 팬 중 일부에선 “소주가 식초가 됐다”는 얘기가 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LG 트윈스 관계자는 “챔피언스파크에 보관하던 소주가 증발해 3년 전쯤에 같은 소주를 사와서 다시 채웠다”며 “우승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베어스에 보험 컨설팅 넘겨줘


두산베어스도 총수의 애정을 듬뿍 받는 구단으로 꼽힌다.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32억원을 올려 10개 구단 중 키움 히어로즈(4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이익을 많이 올렸다. 이어 NC 다이노스(13억원), LG 트윈스(9억원), 삼성 라이온즈(4억원) 순이다. 베어스 영업이익 흑자엔 보험판매수입 수수료 매출 32억원이 톡톡히 기여했다. 두산베어스는 지난 2018년 두타몰에서 보험대리점 사업부를 넘겨받아 두산그룹 계열사의 보험 관련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야구단 흑자 배경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있다고 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OB맥주를 매각하면서도 야구단은 그룹에 남길 만큼 야구단에 대한 총수 일가의 애정이 각별하다”며 “보험업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자체 수익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구단 운영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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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총수가 나설 정도로 야구단 운영에 힘을 쏟는 건 야구단의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브스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10개 야구단 시장 가치와 선수 연봉, 중계, 관중 동원 등을 종합해 구단 가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구단 가치는 800억~1900억원 수준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야구단이 각 그룹사 이미지를 끌어올려 주기 때문에 무형의 가치는 구단 시장 가치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는 롯데쇼핑 매출 줄어 적자로


하지만 기업으로써 야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이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8년 72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적자(-28억원)로 돌아섰다. 야구단 매출에서 롯데쇼핑 관련 금액이 58억원(2018년)에서 35억원(2019년)으로 줄어든 탓이 컸다. 지난해 영업적자 6억원을 기록한 SK와이번스는 은행 차입금이 9.5억원(2018년)에서 지난해 3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 경기로 10개 구단 모두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입장 수입은 약 858억원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 수입은 1억1921만원이다. 올해 들어 예정된 경기의 22%를 무관중 경기로 치렀는데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 수입을 적용하면 올해 무관중 경기로 놓친 수익이 벌써 193억원에 달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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