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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실험을 과장 해석" 과학계, 우한발 코로나 주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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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발(發)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과학계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출신의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 박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공개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계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옌 박사는 동료학자 3명과 함께 작성한 근거 논문을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공개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조회 수 40만여 건, 다운로드 건수 29만여 건을 기록했다. 다만 옌 박사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과 같이 다른 동료 학자들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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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세계 과학계는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 “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옌 박사의 주요 주장을 과학자들을 통해 검증해봤다.


➀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지놈 서열이 2015~17년 중국군 관련 연구소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하다?


지난 2월과 7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SARS-COV-2와 염기서열이 가장 비슷한 바이러스는 중국 운난성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RaTG13)다. 염기서열 전체의 약 96%가 일치한다. 이 외에도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가운데에도 서열이 비슷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옌 박사는 코로나19 지놈이 박쥐 코로나바이러스(ZC45ㆍZXC21)의 지놈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RaTG13은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1개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썼다. 그러나 장혜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해당 실험 결과를 과장되게 해석한 것 같다”며 “이 실험 하나로 RaTG13이 조작됐다고 말하는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➁염기서열을 잘라 붙인 흔적이 '스모킹건'?


옌 박사는 이번 코로나19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RBM)에서 유전자 조작실험 때 흔히 쓰이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의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옌 박사는 이를 두고 “매우 흔하지 않다”(highly unusual)며 “스모킹 건”(smoking gun)이라고 평가했다.


장 연구위원은 “옌 박사는 제한효소가 작용하는 6자리 염기 부위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6자리가 어쩌다 맞아떨어지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라며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뒤에 ‘깁슨 어셈블리’라는 기술이 쓰였다고 하면서 제한효소를 언급한 것이 의아하다고도 덧붙였다. 장 위원은 “논문 뒤에는 보다 진보된 지놈 합성 기술인 깁슨 어셈블리를 활용했다고 하면서 그보다 이전 기술인 제한효소를 썼다고 주장하는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깁슨 어셈블리는 특정 염기서열이 있는 곳만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합성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편집 흔적이 남지 않는다.


➂ZC45ㆍZXC21 바이러스 유전자를 뼈대로 해서 필요한 유전자를 끼워 넣는 방식이면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옌 박사는 바이러스가 감염에 최적화되도록 구조와 기능이 설계됐고, 여기에 맞춰 염기서열이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현대 생명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염기서열을 이어 붙여 바이러스 지놈을 합성하는 기술 자체는 존재하지만, 어떤 특성이 일어나도록 예측해서 만들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유전자가위를 연구하는 한 박사도 “유전자를 바꿀 수는 있지만 표현형을 예측해서 바꿀수는 없다”며 “‘바꿔 보니 이렇게 됐네’ 정도는 가능하지만 특정한 기능을 목표로 해서 그것에 딱 맞게 바꾸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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