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서로 생일날 난투극 터졌다, 시진핑·모디 기이한 악연
누군가 주술이라도 건 걸까. 중국과 인도, 양국 정상이 6년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생일날 국경에서 소요가 일어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인 나카자와 가쓰지(中沢克二) 편집위원의 24일 기명 칼럼에 따르면 이 기이한 악연의 시작은 2014년 9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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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모르고 있었다
이날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64세 생일이었다. 때마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를 방문하고 있었다. 양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州) 아마다바드까지 함께 찾았다.
그런데 이날 생일 축하 만찬 때 모디 총리에게 급보가 전해졌다. 양국 국경이 있는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인도의 실효지배선을 넘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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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분위기는 반전. 모디 총리는 곧바로 시 주석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그런데 시 주석은 물론 중국 측 참석자 모두 전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튿날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논의 의제가 아닌 중국 군대의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시진핑은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집권 1년 6개월 차였던 당시 시진핑은 군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그런 면모가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시 주석은 부패 타도를 내걸고 대대적인 군부 숙청에 나섰다. 군 상층부에서 자살자가 나올 정도로 살벌했다. 국경 분쟁이 시진핑의 군 개혁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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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얼굴 불태우는데 中은 조용
지난 15일 시진핑의 64세 생일날 또 다른 국경 분쟁이 터졌다. 이번엔 규모가 더 컸다. 양국 군이 몽둥이를 들고 싸우다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20명의 인도 병사가 맞아 죽으면서 인도 사회는 격앙됐다. 시진핑 얼굴이 그려진 사진을 불태우는 항의 시위로 시작해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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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중국이 발원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도에서 막대한 사상자를 내는 와중에 이런 사달이 벌어져 반중 정서를 더 키운 측면도 있다.
중국 측에도 사상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함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태도도 묘하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수브라함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면서 "인도군이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 이날 통화의 핵심 내용은 "평화 해결을 모색하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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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몽둥이 들었지만 우리는 친구
이런 중국의 태도에는 사방에 적을 둔 중국의 처지가 투영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과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대만 문제와 홍콩 보안법 사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불씨를 키우고 있다. 또 중국 내부의 위구르족 인권 문제도 언제든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도와의 국경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비동맹 노선의 인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깊이 동조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한다.
미·인 양군이 중국을 겨냥해 대규모 연합훈련을 정례화하고, 미국이 인도에 최첨단 무기를 대거 판매하면 중국의 군사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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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中國夢)'을 외치던 시진핑의 생일 잔칫상에 온갖 근심거리만 올라온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최대한 불똥이 튀지 않게 다잡으려 애쓰고 있다.
23일 열린 중국·러시아·인도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 양국에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양국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쇠몽둥이를 들었지만, 여전히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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