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딱 600명…이 섬에 가면 나도 대통령
47년 만에 개방한 거제시 저도
청해대 별장은 철통 보안 여전
연리지 정원, 해변 백사장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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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의 여기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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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47년 만에 빗장을 푼 섬이 있다. 바다 위 청와대라 하여 ‘청해대(靑海臺)’라 불리던 섬. 경남 거제시 저도는 그냥 섬이 아니다. 대통령 별장이 있는 군사보호구역이다. 일절 출입이 금지됐던 금단의 섬이 지난달부터 일반인을 맞고 있다. 거제도로 달려갔다. 우리의 대통령들이 어떤 휴가를 즐겼을까 궁금했다.
섬진강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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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는 작은 섬이다. 대략 43만㎡(13만 평). 가늠되시나. 국민 관광지 남이섬(약 46만㎡)과 얼추 크기가 비슷하다. 거제도 장목면 궁농항에서 뱃길로 4㎞ 떨어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돼지처럼 생겼다 하여 ‘저도(猪島)’다.
대통령 별장으로서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1954년부터 이승만 대통령이 하계 휴양지로 사용했다. 왜 하필 저도였을까. 경치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호에 유리한 점도 컸다. 일제가 1920년대 탄약고와 통신소를 설치하면서 주민 대부분이 뭍으로 이주한 터였다. 저도는 이미 천연 요새나 다름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7년 이래 거의 매년 가족과 함께 저도를 찾았다. 수영·사격·배드민턴 등 주로 운동을 즐겼다. 민간인 출입을 완전히 막고 대통령 휴양지로 지정한 건 1972년이었다. 그때 대통령 가족을 위한 별장과 골프장이 생겼다. 200m 길이의 백사장은 섬진강에서 모래를 옮겨 와 만들었다.
다른 대통령도 다녀갔다. 2004년 저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겼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20여 일 앞둔 2008년 2월 다시 섬을 찾았다. 마지막 휴가였다. 같은 해 7월 저도를 밟은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과장 시절, 이 별장을 지었다. 내가 이곳을 쓸 줄 알았다면 더 크게 지을 걸 그랬다”는 농담을 남겼다.
대통령이 된 대통령의 딸(박근혜)은 2013년 임기 첫 휴가로 저도를 찾았다. 모래 위에 ‘저도의 추억(박정희 대통령이 75년 지은 시의 제목이다)’을 새기는 사진이 이때 촬영됐다.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대로 지난 9월 17일 저도로 향하는 첫 유람선이 떴다.
저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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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로 들어가는 과정은 퍽 까다롭다. 월·목요일을 제외한 주 5일만 개방된다. 하루 탐방 인원은 최대 600명. 오전 10시 20분과 오후 2시 20분 두 차례 궁농항에서 배가 뜬다. 허가된 장소만 돌아보고 촬영한다는 보안서약서도 필요하다. 대통령 별장을 비롯한 군 시설은 들어갈 수 없다. 입장료는 없다. 대신 배삯은 내야 한다. 어른 왕복 2만1000원.
궁농항 부두를 떠난 배가 20분 만에 저도에 닿았다. 대통령 골프장이었다는 연리지 정원의 시원한 풍광이 당장에 드러났다. 별장은 나무에 가려져 시야에 온전히 들어오지 않았다. 민간인에게 출입이 허락된 건 섬의 북쪽이다. 일본군 탄약고와 내무대가 남아 있는 섬의 남쪽은 현재 길이 막혀 있다. 별장 일대를 돌아볼 수 있는 이른바 대통령의 산책 코스가 그나마 열려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안쪽 숲길로 들었다. 산비탈을 따라 소나무·후박나무·대나무 등 상록수가 많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싱그러운 기운이 대단했다. 400년 된 곰솔도 있었다. 숲길 초입의 나무 계단 길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탄한 흙길이었다. 제2전망대와 쉼터의 전망이 훌륭했다. 그곳에서 너른 바다와 거가대교가 보였다. 별장 어귀 후박나무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직접 심은 것이라고 했다.
섬에서 허락된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 전체 코스는 대략 3㎞로, 다 돌아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했다. 시간이 남은 관람객은 대개 모래 해변에 머물렀다. 누가 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다들 나뭇가지로 모래에 낙서를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통령이 누리던 ‘저도의 추억’을 누구나 누리고 있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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