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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만 저자세 트럼프···美언론 "구역질난다" 맹폭

트럼프, 푸틴 앞에서 ‘러시아 스캔들’ 전면 부인

CNN “부끄럽고 놀라워” 등 美 언론 일제히 비난

트럼프 트위터에 “미래를 위한 행동이었다” 해명


“미국 대통령의 가장 수치스러운 모습을 지켜봤다.”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을 지켜본 CNN은 이같이 혹평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 것이란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저자세로 푸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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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상회담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을 전면 부인하며 푸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1년 넘게 해당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조사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협력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에 재앙”이라며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미국 내부의 선거 과정을 방해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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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 언론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지적한 연방수사국(FBI)과 러시아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한 뮬러 특검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이번 기자회견은)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부끄럽고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두둔했다”며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신뢰하지 않고 상대 국가의 발언에 무게를 실은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푸틴vs.미국’이라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던 취임 선서를 저버린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주머니 안에 있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고 존 브레넌 전 FBI 국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폭스뉴스도 이번엔 달랐다. 미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던 폭스비즈니스 진행자인 닐 카부토는 “그의 회견은 구역질이 난다”며 “유감스럽게도 이 말이 내 느낌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매체는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이런 모습을 보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부끄럽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을 감싸고 나선 것과 관련해 백악관 안보팀 청문회 출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해명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함께 “더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핵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강국으로서 서로 잘 지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정치를 추구하며 평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며 정치 위험을 감수하겠다”며 “생산적인 대화는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좋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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