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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NC 우승 이끈 '데이터야구'···엔씨소프트 '이것' 있었다

'데이터 야구'가 스포츠·정보통신(IT)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창단 9년만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NC다이노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야구가 지목됐기 때문. IT 기업인 엔씨소프트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답게 NC다이노스는 ▶AI·데이터 분야에서의 남다른 기술력 ▶비(非)야구인 등을 통한 구단·조직 문화 혁신 ▶김택진 구단주 겸 엔씨소프트 대표의 추진력 등으로 'IT 야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은 NC다이노스의 데이터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 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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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게임회사 DNA가 야구구단에 심어지기까지


ㆍ리니지M 등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가 하루에 축적하는 데이터는 매일 12TB(테라바이트)가 넘는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분석 지표로 활용, 게임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차기 서비스·사업을 구상하는 데 활용한다. 실제로 엔씨는 이런 데이터 분석력을 게임 곳곳에서 전천후로 활용한다.


ㆍ'택진이형' 김택진 엔씨 대표의 'AI 리더십'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또 한 번 증명됐다. 김 대표는 아내인 윤송이 사장과 2011년 AI 연구조직을 사내에 만들었다. 엔씨는 현재 게임AI랩은 물론 비전AI랩·스피치랩·지식AI랩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내에서 AI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력도 200명이 넘는다.


ㆍ10년 전부터 AI(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한 엔씨소프트는 데이터 기반 기술력을 야구에 이식했다. 빅데이터 창고 노릇을 하는 'D-라커'가 대표적이다. D-라커는 엔씨소프트가 2013년 개발한 야구 전력 분석 시스템. NC다이노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스마트폰으로 D-라커에 접속해 경기 기록·데이터·영상 등 자료를 분석해 전력 향상에 활용했다.


ㆍ엔씨소프트가 2018년 내놓은 야구정보 앱 '페이지'도 야구에 IT를 접목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야구 팬들을 위한 정보를 모은 페이지에는 야구경기 종료 직후 경기 내용을 편집한 영상들이 바로바로 올라온다. 모두 Ai가 편집한 영상들이다.


ㆍIT 회사 특유의 조직 문화도 야구단 운영 곳곳에 스며들었다. 다이노스의 사장·단장은 선수 이름을 막 부르지 않고 "○○○ 선수"라고 부른다. 창단 초기부터 모든 선수·직원들에 명함도 지급했다. 구단에 대한 애정, 소속감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처럼 자신을 소개할 때 명함을 주고 받기도 한다. 구단은 또 지난해 '다이노스 볼(Dinos Ball)'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다이노스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단 운영 백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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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야구판에서도 중요해진 '데이터 리터러시'


빅데이터·AI 기술이 데이터 야구의 핵심이라지만, 이 데이터를 어떻게 잘 읽고 활용하고(리터러시), 또 이를 실제 전력 향상으로 이을지는 구단의 역량에 달렸다.


ㆍ다이노스를 감독 취임 2년 만에 최정상으로 이끈 이동욱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데이터 리터러시만 따지면 국내 프로야구 감독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그는 "요즘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면 선수들이 수긍하지 않는다"며 "근거있는 코칭이 선수들에게 먹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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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임선남 다이노스 데이터팀장은 "선수 출신 데이터 팀원이 자신의 경험과 데이터 분석력을 종합해 선수들에게 설명한다"고 설명했다. 가급적 데이터를 숫자로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 형태로 보여주는 게 핵심. 다이노스의 데이터팀엔 비선수 출신 데이터 전문가 4명과 선수 출신 분석가 8명이 선수들과 항상 함께 한다. 임 팀장은 "게임 회사다보니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이 기업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성격이나 인성을 보기 위해선 어떤 것을 지표로 해야 할 지 정하고, 정량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ㆍNC 다이노스의 데이터팀은 지난 시즌 다이노스의 땅볼 타구 비율이 유독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땅볼 아웃 비율이 전체 10개 프로야구 구단 중 1위였던 것.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사실.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구단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빠른 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ㆍ'데이터 프렌들리(친숙화) 전략'은 구단 일부 직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선수들도 데이터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구단은 올해 2월 선수단 모두에게 최신형 태블릿PC를 지급했다. 선수가 원하는 대로 태블릿PC 제조사와 기종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③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ㆍ데이터 야구'는 다이노스가 처음 주창한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선 야구 데이터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해 전력 향상에 활용하는 세이버매트릭스가 수십년 전부터 활용됐다. 최근엔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돼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ㆍ그러나 숫자 만능주의는 금물이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은 탬파베이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지난달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패한 결정적 이유도 데이터에 의존한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ㆍNC다이노스의 데이터 야구가 주목을 받은 최근 몇년 간 한국 프로야구에도 데이터야구가 유행처럼 번졌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구단 내 전력분석팀장 출신이다. 허 감독은 1998년부터 삼성에서 전력 분석 업무를 맡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 야구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도 8위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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