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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초등생 게임인데 속옷여성···이걸로 6800억 벌어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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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가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선정적인 게임 광고가 유통되고 있다. 이런 게임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만 돼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광고를 내보내는 건 대부분 중국 업체들. 수년 전부터 계속 논란이 되는 중국 게임사의 저질 광고, 왜 해결이 안되는 걸까.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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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유엘유(U.LU)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좀비스팟 : 미녀와좀비' 광고엔 여성이 밧줄에 묶여 있다. 끈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이런 광고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광고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게임 내용도 미녀의 마음을 얻어야 레벨이 올라가는 내용이다. 룽투코리아의 모바일 게임 '용의 기원' 광고도 속옷 차림의 여성이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이 게임의 이용등급은 '만 12세 이상'이다.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이면 이 게임을 할 수 있다.


· 저질 게임광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성 광고 모델의 과다한 노출은 물론이고, 광고 모델로 성인영화 배우를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2017년 11월 중국 이펀컴퍼니는 모바일 게임을 광고한 모델이 입었던 속옷을 이벤트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 이런 일이 지속되자 2018년 청와대 신문고엔 "저질 게임광고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나서 해당 게임을 제재했지만,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저질 광고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왜 못 막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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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인영화 배우를 모델로 기용한 중국 모바일 게임. [게임광고 캡쳐]

· 게임 광고는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다. 광고가 나간 뒤 사후 제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됐어도 게임 내용과 광고 내용이 일치한다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에선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거나 그 선전물을 배포·게시하는 행위' 등만 규제한다.(제34조 제1항 제1호)


· 저질 광고를 하는 중국 업체들은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재를 하기도 어렵단 얘기.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중국 37게임즈의 모바일게임 '왕비의 맛' 광고를 차단하라는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용등급이 만 15세 이상이나, 등급에 맞지 않는 높은 선정성을 지녔고, 게임에 없는 기능을 허위 광고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시정권고는 해당 게임사가 아닌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내렸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광고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해?


중국 게임기업들은 국내서 저질 광고를 앞세워 매년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광고로 인한 부끄러움은 한국 게임사들 몫이다. 반면, 한국 게임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꽉 막힌 지 오래다.


· 중국의 게임출판업무위원회(GP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들이 지난 1분기(1~3월)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약 6800억 원. 매달 2300억원 가량을 벌어갔다.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2조원. 11일 기준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0위 안에는 중국산 모바일 게임 3개가 포진해 있다.


· 그러나 중국 게임시장은 한국 게임사들에 폐쇄적이다. 중국 정부가 발급하는 게임서비스 허가권(외자판호)은 2017년 3월 이후 38개월째 발급이 중단됐다. 한국 게임의 진출은 막으면서 정작 중국 게임사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무역 상호주의에 따라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을 어렵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저질 광고를 만든 회사의 국적을 알기 어렵다"며 "무책임한 외국 게임사들의 선정적인 광고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들이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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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해?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저질 게임광고를 규제할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한국 게임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게임법 개정을 통해 저질 게임 광고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 또 해외 게임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때 대리인(한국 법인)을 두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9월 발족한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를 통한 '자율규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 게임사의 무분별한 저질 광고를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한국 게임사들은 선정적인 광고 제한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규제에는 우려한다. 국내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자율규제를 실제 규제처럼 지키는데, 해외 업체들이 문제"라며 "저질 광고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규제가 늘어날수록 게임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규제를 하더라도 국내만 적용되고, 해외 업체는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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