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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옥수수 농락' 당하고, 한국에 화풀이 한 아베

마이니치 "G7기간중 아베는 트럼프에 농락당해"

옥수수 홍보하고픈 트럼프 "빨리 회견하자"에

日정부는 패닉, 日기자들은 회견 참석도 못해

트럼프에 당한 아베,마지막 회견서 한국 비판

산케이 기자 질문에 "국가간 약속부터 지켜라"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무기로 존재감을 어필해왔던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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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 신문은 27일자에서 24~26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G7(주요 7개국)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모습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관계’로 점수를 따온 아베 총리가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때문에 체면을 구겼다는 뜻이다.


신문은 중국에 팔지 못한 미국산 옥수수 250만t을 일본 기업들이 구입키로 한 25일 양국 정상간 합의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마이니치는 “미국 옥수수의 대 중국 수출이 부진을 겪자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접전지역의 농가 표심에 신경을 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베 총리가 응원한 모양새”라고 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민간이 정부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미국과는 다르다”며 일본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아베 총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옥수수 판매 성과를 크게 홍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이야기는 빨리 발표해야 한다”며 예정에 없던 트럼프-아베 공동기자회견을 갑자기 요구하면서 일본측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회견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아베 총리와 동행한 총리관저 담당 일본 기자들은 회견에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기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결국 “충분한 연락을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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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도 실수를 했다. 기자회견 직전 양 정상이 잠깐 서서 회견 내용을 조정한 것을 회담으로 착각해 “정상회담이 2번 있었다”고 발표했다가 “(회담이 아니라)서서 10분,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고 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양국간 무역 협정 문제도 일본 국내에서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전날에 이어 27일자에서도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미·중마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월관계 유지를 최우선시하면서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번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아베 총리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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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첫날인 24일 만찬의 주제가 외교ㆍ안전보장이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이 시간을 활용해 북한문제를 의제에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깊이 관여돼 있는 자유무역과 이란 정세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면서 북한 문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대신 아베 총리는 마지막날인 26일 회의에서야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목표로 해야한다”,“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분의 지지와 협력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런 ‘고초’를 겪은 아베 총리의 마지막 일정은 내외신 기자회견이었다.


첫 질문자로 나선 일본 기자는 ‘아베의 우군 매체’로 불리는 산케이 신문 소속이었다.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관한 대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아베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한국을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일ㆍ미 정상회담에서 일ㆍ한 관계에 대해선 대화가 없었다”면서도 “청구권 협정 위반을 방치하고,지소미아 종료 통고 등으로 유감스럽게도 국가간 신뢰관계가 손상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엔)먼저 국가간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한다”고 했다.


트럼프에게 ‘농락’당한 아베 총리가 한국에 화풀이를 하는 모양새였다.


한편 산케이와 함께 '아베 총리와 가까운 매체'로 꼽히는 요미우리 신문은 "24일에 이어 25일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신용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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