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은 세계적 흐름" vs "영세업자 다 죽어"…택시 총파업 날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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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총파업이 진행된 20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택시기사 장모(70)씨는 여느 때처럼 손님을 받았다. 장씨는 “조건을 명확히 해서 어기면 가차 없이 처벌하는 식으로 카풀을 시행하면 될 것”이라며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 운행을 한 다른 택시기사 차상선(64)씨는 ”사납금을 없애야 하는 게 본질적 문제인데 카풀만 가지고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장씨나 차씨처럼 운행하는 택시가 다수 있었지만 서울 시내 택시 수는 다른 날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기다리는 손님보다 대기하는 택시가 더 많다는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도 30분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날 집회는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예정됐지만 오전 10시쯤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집회가 신고된 의사당대로의 교통은 아침부터 통제됐다. 대로를 가로지르는 노선을 운행하는 영등포 10번 마을버스 기사는 ”아침부터 통제해서 좌회전 후 돌아가야 한다“며 이날 9시50분쯤 노선을 바꿔 운행했다. 은행로에서 국회의사당 쪽으로 우회전해 의사당대로를 지나는 463번 버스도 이날 오후에는 노선을 변경해 그 옆 골목인 국회대로66길을 가로질러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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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30분 사전집회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의사당 대로를 가득 메웠다. 천안·청주 등 전국에서 온 택시들은 여의도 공원 주변을 에워쌌다.
여의도 집회에 모인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기사들과 사뭇 달랐다. 강아지를 넣은 가방을 멘 채로 수서에서 한 시간 반 자전거를 타고 집회에 참여한 택시기사 이종회(58)씨는 “개인택시업자들은 다 영세 자영업자인데 죽어가고 있다”며 “현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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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택시기사 윤선옥(59)씨는 "여성 기사면 손님들이 집에서 밥이나 하라며 무시하는 상황인데 카풀하면 더 어려워질 것 아닌가"라며 "21년 택시 운전을 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택시기사 동료에게 영상통화로 집회 상황을 전하는 기사도 있었다. 서모(60)씨는 ”부산에서 택시 하는 친구가 있는데 멀어서 올 수는 없지만 함께하고 싶다 해서 영상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화면에는 한 남성이 실내에 앉아서 여의도 파업현장을 함께 보며 스마트폰을 향해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집회에는 여야 인사들이 참여해 한 목소리로 택시업계 지원을 약속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카풀 금지를 외친 야당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유일하게 참석한 여당 인사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야유와 물병 세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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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위치한 기업들은 안전을 우려해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권하기도 했다. 의사당대로 옆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에서는 "안전을 위해 오후 4시50분에 업무를 끝내고 5시 전까지 퇴근할 것"이라고 사내 방송을 보내기도 했다.
박해리·윤상언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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