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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중앙일보

취두부·홍어의 쿰쿰한 냄새…발효일까,부패일까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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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소금으로 절이면 썩지 않는다.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어서다. 왜 그럴까?


절임법에는 소금절임(염장), 당절임(당장), 초절임 등이 있는데 건조법과 함께 가장 오래된 식품의 저장법이다. 성경에도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빛은 사회를 밝히고 소금은 부패를 막는다는 뜻으로 썼다. 소금이 옛날엔 귀하고 중요한 물질이었다. 노동자의 봉급으로 지급했을 정도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Salary)’란 단어가 소금을 뜻하는 ‘Salt’에서 나왔다.


소금절임은 소금농도 5% 이상, 당절임은 당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설탕의 경우는 약 40% 이상, 초절임은 pH를 산성으로 해야 식품의 보존성을 높인다. 이때 보존이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절임 방법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간단하지만, 보존원리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미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체액 속 염류(물질)농도는 0.9% 정도다. 아래 그림은 동물의 적혈구와 식물세포를 농도가 다른 용액에 담갔을 경우의 변화를 나타냈다. 0.9%보다 높은 용액(고장액)에 담갔을 경우는 세포 내부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와 세포의 용적이 줄어들고 쪼글쪼글하게 위축되어 간다. 이렇게 되면 세포 내의 농도는 0.9% 이상이 되고 생리적 반응이 멈춘다. 야채 등을 소금에 절이면 부피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미생물 세포의 경우도 이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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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적혈구와 식물 세포를 농도가 다른 용액에 담갔을 때 변화. [자료 이태호]

이런 현상은 모든 세포에 있는 세포막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포막(원형질막)은 복잡한 구조를 띤 그물막으로 물은 자유롭게 통과시키지만 다른 물질의 통과는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런 막의 성질을 반투과성이라 한다. 이때 물의 이동은 내외의 농도가 평행이 될 때까지 진행된다. 그 결과로 원형질분리가 일어나며 이런 상태에서는 생명체는 활동을 멈춘다. 따라서 식품 속 미생물의 생육이 저지돼 해당 식품의 부패가 방지된다는 원리다.


농도가 반대일 경우(저장액) 물이 내부로 이동해 세포가 터질 듯 탱글탱글해진다. 그러나 식물세포는 바깥의 강한 세포벽 때문에 터지지는 않는다. 반면 동물세포에는 세포벽이 없어 농도가 높을 경우는 파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생리식염수는 소금농도가 0.9%다. 이때 세포막의 내외 농도 차에 의해 걸리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부른다. 삼투압이 높아질수록 미생물의 생육은 억제돼 식품의 저장성은 더 좋아진다. 소금으로 하는 것을 ‘염장(鹽藏)’이라 하고, 설탕으로 하면 ‘당장(糖藏)’이라 한다.


그런데 절임은 소금이나 당에 의해서만 아니라 물에 녹을 수 있는 모든 물질이 가능하다. 그러나 식용이 불가능한 물질은 식품에 적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단지 사용하지 않을 따름이다. 이런 방부효과, 즉 삼투압을 높여주는 데에는 물질의 종류와 성질에 크게 좌우된다. 즉 물질의 분자량(크기)이 적을수록, 이온화(하전)가 되는 물질일수록, 또 이온가(+,-이온의 수)가 높을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진다. 그래서 이런 삼투압을 증가시켜 식품을 보존하는 절임에는 인체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소금이 제일 좋고 가장 효과적이다.


장기보존을 위해선 더욱 높은 농도가 필요하다. 생선이나 채소를 간하거나 절일 때는 2~5% 정도인데 장기저장법으로는 이 농도의 소금으로는 충분치 않다. 간장, 된장 같은 경우는 20% 전후, 젓갈은 더 높은 약 30% 정도로 해준다. 소금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저장성은 더 좋아지기 때문에 기호나 목적에 따라 농도를 가감할 수 있다.


설탕의 경우는 적어도 40% 이상이 돼야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할 수 있는 최저농도가 된다. 삼투압에 미치는 효과가 소금보다 덜해서다. 과일 잼은 70~80%나 되고, 조청이나 꿀은 80% 이상이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하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세포 속의 물이 빠져나와 숨이 죽고 쪼글쪼글해진다. 세포 속 물이 바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다시 맹물에 담그면 반대현상이 일어나 되살아난다. 다시 물이 세포 내부로 이동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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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임은 삼투압과는 관계가 없다. 단지 식품의 산성도를 높여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방법이다. 식초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산(구연산, 사과산 등)으로도 가능하다. 미생물의 경우 pH가 3~4 이하가 되면 대개의 부패세균은 생육이 저지된다. 물론 이 pH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것도 있긴 하다. 이걸 서양에서는 ‘피클링(pickling)’이라 한다. 오이, 마늘 등의 채소에 적용한다. 피클링에는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도 소량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성의 증가에 기여한다.


세간에서는 소금의 농도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지 않기를 권장한다. 혈압이 높아지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간의(모든 동물) 혈액 속 염 농도는 세포 내 농도와 동일하게 0.9%로 유지된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액 속의 염 농도가 높아져 세포 내의 물이 빠져나와 혈액의 양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혈압이 높아진다. 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


너무 짠 음식을 먹어 소화관 속의 소금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내장 속 혈관에서 물이 빠져나와 탈수현상이 초래된다. 심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소금에도 치사량이 있고 바닷물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닌 것이 삼투압이다. 한때 선풍을 일으켰던 산야초효소도 당절임의 일종이다. 용액의 삼투압을 높여 미생물의 번식을 막아주는 하나의 보존법에 불과하다. 세간에는 이런 것을 발효니 효소니 하며 마치 신비한 것처럼 둘러댄다. 효소와 발효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효소와 발효하고는 관계없는 묽은 잼을 만들어 놓고서 말이다. 미생물이 설탕의 삼투압에 의해 증식하지도 못하는데 무슨 발효인가?


발효란 ‘미생물이 자라 식품이 인간에게 유리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 올바른 정의다. 발효액이나 효소액이라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 산야초에 담글 때 설탕을 적게 넣으면 썩는다. 단, 이때 미생물이 자라 발효가 일어날 수도 있다. 술이 되고 식초가 되는 경우다. 그러나 담글 때의 의도가 술과 식초를 만들 목적이 아니었다면 이는 부패로 간주한다. 발효는 목적과 기호에 따라 달라진다. 취두부와 홍어가 훌륭한 발효라 하지만 싫어하는 부류에게는 악취 나는 부패에 해당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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