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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을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는다? 그냥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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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이라는 이름으로 유추하면 청국(淸國)으로부터 유래됐다고 하지만 정설은 아니다. 오히려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라 우리가 청국장의 발상지라고 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국장을 많이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지만 중국이나 태국, 인도에도 비슷한 식품이 있다.


청국장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콩을 기발하게 잘 이용한 식품이다. 맛과 소화율이 뛰어나서다. 요즈음은 건강염려증에 걸린 사람들이 애용하면서 청국장이 건강식품으로 둔갑해 잘 팔린다. 먹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비싼 돈 주고 약용으로 사 먹을 필요는 없다. 식품은 식품일 뿐이지 특별한 약효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병통치약처럼 과대선전하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


청국장도 간장처럼 미생물 효소가 콩 단백질을 분해해서 맛과 소화율을 높인 식품이다. 그러나 간장과 된장은 제조방법과 사용 균주가 다르다. 간장에는 주로 누룩곰팡이(황국균)를, 청국장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세균을 쓴다. 이 균도 누룩곰팡이처럼 단백질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를 대량 생성하는 미생물이다. 다른 말로는 고초균(枯草菌)이라고도 한다. 삶은 콩에 번식시키면 콩 단백질이 분해돼 맛과 소화율을 높이는 아미노산이 나온다.


청국장의 제조방법은 아주 간단해 실패할 염려가 별로 없다. 요즘은 청국장 제조기(야쿠르트 제조 겸용)가 나와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다. 따로 균을 보유할 필요도 없다. 그냥 푹 삶은 콩을 제조기에 넣고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발효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콩 위에 볏짚 몇 토막을 올려 주면 더욱 좋다. 볏짚에는 발효균(고초균)이 많기 때문이다. 볏짚을 넣지 않아도 주위환경에서 균이 묻어 들어가면 발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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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온도는 42도 정도이며, 이 온도에서는 부패 미생물의 생육이 불가능해 썩을 염려는 없다. 청국장균과 요구르트를 만드는 유산균은 높은 온도를 좋아한다. 이런 보온기가 없으면 전기장판이나 온돌방의 아랫목에 묻어두면 된다. 옛날 우리 할머니는 온돌방에서 청국장을 만들어 먹었다. 이때 볏짚을 쑤셔 넣어 고초균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런 발효과정을 띄운다고 한다. ‘띄운다’는 발효의 다른 말이다.


청국장을 일본에서는 낫또(納豆)라고 부른다. 제조방법이 청국장과 똑같은 식품인데, 왜 상당량을 수입해 외화를 낭비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2~3일 지나면 콩의 표면에 하얀 막이 낀다. 뒤집었을 때 끈적거리는 물질이 나오면 발효가 거의 완료됐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는 소금을 넣고 적당히 찧어 덩어리로 만들어 보관하다가 청국장으로 끓여 먹는다.


일본에서는 그냥 생으로 먹는다. 간장과 파를 조금 썰어 넣고 점액성 물질을 젓가락으로 감아가면서 먹는 걸 보면 비위가 상하기도한다. 그래도 억지로 먹어 버릇하면 꽤 맛이 좋다는 걸 느낀다. 한국에서도 요즘 날로 먹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날것이 건강에 좋고 낫토키나제(nattokinase)가 많아 혈압을 낮추고 혈전을 없애준다는 엉터리 정보를 믿어서다. 청국장균은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날로 먹어도 탈이 날 염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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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어느 쇼닥터가 청국장균을 유산균이라 주장하는 바람에 많은 소비자가 그렇게 알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끈적거리는 물질은 특수한 단백질(polyglutamate)이라 기피할 필요는 없다. 이를 대량 분리해 건강기능식품으로 파는 중소기업도 있다. 논문이 여럿 나와 있으나 아직 '믿거나 말거나' 한 수준이다.


어떤 사람은 청국장의 독특한 냄새를 싫어하는데 이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미생물의 생육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24시간쯤 후에 온도를 낮춰 발효하면 냄새가 줄어든다. 냄새가 안 나는 청국장도 시판한다.









청국장을 건강식품이라 선전하는 것은 나토키나제(nattokinase)라는 단백질분해 효소가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시험관에서 응고된 혈액을 녹여준다고 실제 혈관 속에서도 피딱지(응고된 핏덩이)를 없애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를 먹으면 혈전을 녹이고 혈압을 낮추며 동맥경화에 좋다는 식으로 비약한다. 시험관 속과 혈관 속을 동일시하는 추측이다. 핏줄에 혈전이 생기면 혈전 용해 효소를 정맥에 주사해 막힌 부위를 녹이는 치료를 하지 효소를 경구 투여하지는 않는다.

실제 이 주사제로 청국장 효소인 나토키나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효소를 먹으면 절대로 혈관으로 가지 않고, 소화돼 없어진다. 건강식품업자나 쇼닥터들은 이런 낭설을 그럴듯하게 선전하고서는 이를 말려서 가루를 내고 환으로 조제하여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청국장을 끓여 먹으면 이 효소는 기능을 상실해 무용지물이 된다. 생으로 먹더라도 이 효소가 단백질이라 그냥 체내로 흡수되지 않는다. 거대분자인 단백질(혹은 전분)이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지 않고 온전하게 그대로 흡수된다는 건 상식 밖의 얘기고 희망사항이다. 청국장은 약이 아니라 맛좋고 소화 잘되는 전통 발효식품에 불과하니 그렇게 알고 먹자.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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