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나영석도 맥못췄다···'금금밤' 3주간 2%대 시청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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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8%→2.8%
tvN의 새 예능 ‘금요일금요일밤에(이하 ‘금금밤’)’이 첫 3주간 받아든 시청률 성적표다. 초반 기세가 시원치 않다. 나영석 PD가 CJ ENM 이적 후 내놓은 신작 중에서 첫 회부터 2%대 박스권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간대 경쟁 중인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3.6%),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5.5%), MBC ‘공부가 뭐니?’(3.7%) 등에도 모두 밀리고 있다. 과거 ‘1박2일’을 비롯해 ‘신서유기’, ‘윤식당’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나 PD의 명성을 참작하면 예상 밖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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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문제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 지난달 10일 제작발표회에서 나 PD는 15분짜리 6개의 숏폼(short-form) 코너를 하나로 묶어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만들었다. ‘신서유기’같은 7~8%는 기대하기 어렵다. 4% 정도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반 받아든 성적표는 당시 예상치보다도 낮다. ‘금금밤’의 부진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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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숏폼(Short-form)과 TV의 괴리=숏폼은 최근 콘텐트 플랫폼의 화두다. 4월 미국에서 출시되는 숏폼 영상 서비스 ‘퀴비(Quibi)’에는 스티븐 스필버그나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거물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15초 남짓한 짧은 동영상 공유서비스 틱톡은 최근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금밤‘이 6개의 프로그램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은 유튜브 등으로 짧아진 시청 패턴을 겨냥한 실험이다. 나 PD는 “시청자가 10분 정도 시청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10분을 시청하는 패턴이라면 제작자가 거기에 맞춰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출연진의 만남 과정이나 준비 등은 과감하게 생략됐다. ‘삼시세끼’나 ‘윤식당’처럼 출연진 간의 시너지를 통해 재미가 폭발하는 기존 예능의 문법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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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기존 시청층과의 괴리를 빚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상파의 한 PD는 “TV 시청자는 모바일 시청자와 다르다. TV에 앉아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데 ‘유튜브’ 문법으로 짧게 치고 가니까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금밤'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풀(전체) 영상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 취향에 맞춘 영상을 제공하지만, ‘금금밤’은 TV 속성상 그런 알고리즘이 없다. 취향과 무관하게 여행, 미술, 과학, 체육 등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코너가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②새로운 실험 부재=‘숏폼’의 한계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금금밤’의 숏폼 코너들은 유튜브에서도 조회수가 대부분 10만 건 이하를 맴돌고 있다. 반면 나 PD가 처음부터 유튜브 등을 겨냥해 제작한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은 조회수가 50만~100만건을 오르내리며 순항하고 있다. ‘라끼남’은 강호동이 전국을 돌며 상황에 따라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 내용이다. Olive와 tvN에서는 6분간 방송되고, 유튜브로 10~15분가량의 풀버전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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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이지만 내용은 기존 TV 예능과 같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은 그간 보여준 나영석표 여행 아이템이고 ‘이승기의 체험 삶의 공장’도 ‘체험 삶의 현장’과 비슷하다. ‘신기한 과학ㆍ미술나라’는 ‘알쓸신잡’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식 뿐 아니라 내용물도 보다 과감한 도전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③연예인이 빠진 리얼리티=‘금금밤’은 연예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쇼다. 하지만 구성은 다르다. 이승기의 일일 공장체험을 다룬 ‘체험 삶의 공장’, 이서진의 뉴욕 여행기 ‘이서진의 뉴욕뉴욕’ 등은 기존 예능처럼 연예인을 관찰하는 코너지만, 게스트의 집을 방문해 레시피를 전수받는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런 내 친구네 레시피’나 비인기 스포츠를 중계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일반인이 주인공이고, 홍진경ㆍ박지윤 등은 한발짝 뒤로 물러서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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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편성채널의 PD는 ”숏폼은 정보량과 밀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연예인이 적극적 프리젠터가 되어 시청자가 지루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데 ‘금금밤’의 일부 코너는 연예인이 ‘듣는 사람’이 되고 일반인에 대해 보여주니까 시청자들로서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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