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녀 스미레 하루···"새벽5시 기상, 10시간씩 바둑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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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둑계에선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9) 양이 최대 화제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모처럼 탄생한 천재 바둑 소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7년 봄부터 한국에서 바둑을 공부한 스미레는 오는 4월이면 일본 최연소 프로기사가 된다. 스미레는 입단이 결정된 뒤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하루에 열 시간 가까이 바둑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 25일 스미레가 공부하고 있는 한종진 바둑도장을 찾아 그의 하루를 살펴봤다.
스미레의 하루는 누구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보통 새벽 5시 반에 잠에서 깨는 스미레는 일어나자마자 아버지인 나카무라 신야(仲邑信也·46) 9단과 바둑을 둔다. 아버지는 몇 개월 전부터 딸을 위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바둑을 두고 아버지에게 복기를 받는 것으로 스미레의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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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는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바둑을 두다 패색이 짙어지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최근 수준이 한 단계 높은 그룹으로 이동한 스미레는 바둑을 두면 승보다 패가 훨씬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패배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크게 줄었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지도 사범에게 투정을 부리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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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진 도장에서 스미레를 지도하고 있는 한웅규 6단은 "스미레가 예전에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상대에게 패했을 경우, 눈물을 흘리거나 오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자신보다 실력이 강한 상대와 자주 붙으면서 진다 해도 우는 일이 드물어졌다"고 전했다.
예전보다 눈물이 줄었지만 승부욕까지 준 것은 아니다. 이날 자신보다 네 살 많은 오형석(13) 군에게 패한 스미레는 바둑이 끝난 뒤 연거푸 "다시 두고 싶다. 다시 두면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스미레는 패해도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는 걸 좋아한다"는 게 지도 사범들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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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판이 끝나면 훌쩍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1시부터 2시까지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는 스미레는 다시 도장에 돌아와 오후 공부에 돌입한다. 오후에는 바둑을 두거나 사활, 끝내기 문제를 풀며 개인 공부를 한다.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스미레를 지도한 이주형 초단은 "스미레가 수읽기가 빠르고 사활 문제를 잘 푼다. 전형적인 천재형 기사다. 가끔 일본 사활 문제를 가져와서 채점해달라고 하는데,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 내 머리가 아플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활 문제를 풀고 있는 스미레. 가장 좋아하는 지도 사범은 한웅규 6단이라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
한국에서 보낸 약 2년 동안 스미레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스미레를 지도한 이상헌 4단은 "처음에는 프로기사와 3점 접바둑을 두면 스미레가 약간 부족했는데, 지금은 두 점 치수다. 어느 수준에 올라가면 한 점 느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스미레는 잘 성장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주형 초단은 "한국과 일본 통틀어 같은 연령대 학생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세다"고 말했다.
그간 스미레가 성장한 건 바둑뿐이 아니다. 한국어 실력 역시 일취월장했다. 이상헌 4단은 "스미레가 처음 도장에 왔을 때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휴대전화로 일본어를 검색해가며 지도했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니 한국말을 너무 잘하더라. 또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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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미레가 현재 동갑 중에는 최고수지만, 2년 뒤에 김은지 양을 넘어설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많았다. 김은지는 스미레보다 두 살 많은 한국의 바둑 영재로 스미레보다 실력이 세다.
스미레는 오는 2월 말쯤 한국에서 한종진 도장 출신 입단자들과 함께 입단 축하연을 연다. 2월에 잠시 일본에 다녀온 뒤에는 다시 한국에서 바둑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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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이상헌 4단은 "스미레가 워낙 공격적인 바둑을 두다 보니 가끔 지나치게 무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금만 다듬으면 오히려 최고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부딪혀보면서 자신만의 특징을 유지하는 게 성장의 관건인 것 같다"고 했다.
이주형 초단은 "스미레가 후지사와 리나 4단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훨씬 빠르다. 동갑내기 가운데 최고 유망주는 확실하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최고 기사로 성장할 자질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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