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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였던 10대 향한 지상파의 구애…이제 와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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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찬밥' 신세였다. 소위 말해 '리모콘 결정권'이 없고, 경제적으로 구매력 또한 없는 이들은 광고주들에게도 딱히 매력적인 시청층이 아니었다(이러한 이유로 광고주들은 20~49세 시청률을 눈여겨 본다). 사실 이들도 TV 보다는 모바일에 더 친숙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상파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는 매우 대중적 음악인 '힙합'을 프로그램으로 끌어오고, 10대들을 위한 방송이란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TV 밖 10대를 향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오는 9월 7일 방송될 예정인 KBS2 '댄싱하이'를 보자. "10대들의, 10대들에 의한, 10대들을 위한 댄스배틀 프로그램"이라고 프로그램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10대 '춤꾼'들의 댄스 오디션인 '댄싱하이'는 JYP 안무가 리아 킴, 평창올림픽 개막식 안무팀 저스트 절크, 아이돌그룹 위너의 이승훈 등 댄스 코치들을 10대 지원자들에게 붙여주고 경연을 벌인다. 지원자만 전국에서 3112명이 몰렸다. 사전 과정은 지난 20일부터 웹(네이버TV)을 통해 '댄싱하이 비긴즈'라는 이름으로 공개하고 있다.

8월초 방송 예정인 SBS '방과후 힙합'은 제작진이 직접 학교로 찾아간다. 방과 후 학교를 찾아간 래퍼 네 팀은 10대 학생들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랩으로 끌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힙합은 대중적으로 보자면 '서브컬처'지만 10대들 사이에선 중심 문화다. 이 프로그램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속 편한 10대들과 힙합의 만남"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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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힙합'의 연출을 맡은 도준우 PD는 "사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낸 지가 꽤 됐다"며 "수정·변형을 거쳤는데, '힙합'이라는 콘텐트 자체가 지상파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BS 또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 6명이 함께 생활하는 '중2끼리 하우스'를 지난 22일 첫 방송 했다.


물론 지상파에 10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남창희˙판유걸 등 화제의 인물을 배출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코너 프로그램 '스타스쿨'과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가 2000년대 초까지 있었고, 두 학생이 글러브를 낀 채 가상 링 위에 올라 속 이야기를 외치는 2005년 KBS2 예능 '해피선데이-주먹이 운다'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유료방송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이었으며, 유튜브 등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환경 또한 구축되지 않았던, 소위 말해 뭘 틀어도 시청률이 받쳐주던 '지상파 독주 시대'였다. 경쟁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부터 10대는 사실상 지상파에서 사라진 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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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후발주자로 비교적 시청률 압박이 적었던 유료 방송이었다. 2010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스타 강사들이 공부의 비법을 알려주는 tvN '공부의 비법', 2011년 걸그룹 소녀시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10대들의 멘토로 등장한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2015년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고교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tvN '고교 10대 천왕'이 대표적이었다. 최근에는 관찰 예능인 tvN '둥지탈출', 힙합 예능인 Mnet '고등래퍼'로 이어졌다. 특히 '둥지탈출' '고등래퍼'는 지난해 처음 시작해 올해 각각 시즌 3과 시즌2까지 이어가며 1%대라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화제성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주류를 형성한 예능 트렌드 속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형식적 변주를 겪으며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어린 자녀를 가진 연예인 가족 중심의 관찰 예능은 10대 연예인 자녀끼리 여행을 떠나는 '둥지탈출'로, 언프리티랩스타·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 예능은 고교생이 힙합 경연을 벌이는 '고등래퍼'로, 성인 중심인 연애 프로그램은 10대의 연애를 담은 JTBC2 '너에게 반했음'처럼 10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나아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등래퍼' 같이 10대 문화를 품으면서 성공한 콘텐트가 나온 상황에서, 지상파가 어떻게든 정체된 예능 흐름에서 벗어나 다른 형식을 시도하며 이러한 방향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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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다채널 경쟁의 격화로 지상파 우위의 플랫폼 구조가 깨지고, 전체적으로 TV 시청 층이 줄면서 '시청률' 자체의 위상도 흔들렸다. 즉 시청률 척도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얘기다. 이미 TNMS 등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기존 시청률에서 벗어나 VOD를 포함한 총시청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한 상황이다.

도준우 PD는 "시청률이 화제성과 직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제성만으로도 프로그램을 끌고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며 "'방과후 힙합'은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에 초점을 맞춘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도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TNMS 매체전략연구소 최치영 과장은 "전 연령 시청층을 고려한 프로그램 제작이 보편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특정 연령층을 목표로 한, 특히 10대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간단히 말하자면 전 연령 시청 층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이 5% 시청률 성과를 내는 것보다 10대에 초점 맞춘 타깃형 프로그램이 3%의 성과를 내는 게 화제성 등까지 고려해 더 효과적인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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