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넥슨' 비웃음 받던 텐센트···이젠 넥슨 주인 넘본다
넥슨에 소송 당하고, NHN이 인수하려던 회사
십수년 만에 전세역전돼 '넥슨 주인'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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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2006년 10월 중국의 텐센트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의 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를 텐센트가 표절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였다. 문제가 된 게임은 텐센트가 서비스하던 게임 ‘QQ탕’. 넥슨은 게임 그래픽과 운영 시스템 등이 비엔비와 유사하고, 이름 역시 비엔비의 중국 이름인 ‘파오파오탕(泡泡堂)’과 비슷한 `QQ탕`으로 짓는 등 표절품이라고 주장했지만, 소송은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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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현 NHN엔터테인먼트)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인수할 기업을 물색했다. 텐센트도 후보 중 하나였다. 당시 텐센트는 QQ메신저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업체였지만 NHN은 텐센트 대신 해홍공고유한공사의 게임포털(아워게임)을 인수했다. NHN은 1억4000만 명의 회원과 수십만의 동시 접속자를 보유한 아워게임을 선택해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후 지분율을 55%까지 늘렸지만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보고 소득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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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게임’업체란 비아냥을 받고 한때 국내 기업의 인수 목록에 올랐던 텐센트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을 인수할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10여년 만에 전세가 역전돼 이미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다수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엔 표절했던 기업을 되사겠다고 덤벼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샤오미 마 텐센트 홀딩스 부사장이 이달 말 크래프톤(전 블루홀)의 이사회 참석차 방한 예정이어서 넥슨 인수를 위한 사전방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 매출 추이. [자료: 텐센트] |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지분율 10.5%)고 국내 2위인 넷마블의 지분 17.6%(3대 주주), 카카오의 지분 6.7%(2대 주주)를 각각 보유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카피캣(copycatㆍ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것)이 호랑이가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텐센트에는 지난 10여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선 텐센트는 젊은 회사다. 1998년 중국 선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마화텅(馬化騰ㆍ47) 회장이 창업했다. 선전대학, 중국과학기술대학, 화중과학기술대학 출신과 미국 미시간대나 뉴욕대를 나온 이들이 경영진의 주축이다. 출발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QQ였다. 2003년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해 이듬해 홍콩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사세를 불려갔다. 게임과 메신저뿐 아니라 페이와 뉴스, 방송, 인공지능(AI) 등 크게 7가지 분야에서 33개 사업군을 갖고 있다. 국내로 치면 ‘네이버+카카오+넥슨’ 같은 회사다. 13일 오후 현재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476조6211억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75조505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3년간 매출과 이익이 연평균 44%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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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한다. 음식배달 앱 ‘메이투안 디앤핑(Meituan-Dianping)’의 최대주주가 되어 중국 음식배달 시장 40.8% 점유했고, 미국 음식배달로봇 스타트업인 마블(Marble)에도 1000만 달러(108억원)를 투자했다. 방송 산업에도 진출해 텐센트TV가 tvN 드라마 ‘시그널’을 리메이크해 방영할 계획이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는 JYP와 합작한 아이돌그룹 ‘보이스토리’를 지난해 중국에 데뷔시켰다. 하지만 텐센트도 중국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는 부담이다. 한때 640조원(2018년 1월 기준)을 넘었던 시가총액 역시 중국 정부의 게임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수기ㆍ편광현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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