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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마리 앙투아네트도 먹고 싶어했다는 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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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500년 전 피라미드 건설이 한창이던 시기의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야생 거위가 장거리 여행 전에 무화과 열매를 배부르게 먹어 지방을 축적하고 길을 떠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집에서 기르는 가금류를 이런 방법으로 사육했다.


한동안 이집트에서는 종교적으로 악의 화신을 상징한다고 하여 돼지고기를 금지했다. 그래서 비둘기, 메추라기, 양, 영양, 펠리컨, 두루미, 거위, 생선뿐 아니라 고슴도치나 쥐를 육류로 즐겨 먹었다. 고슴도치는 진흙 구이 형식으로 조리해 먹었다.


이집트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고 농작물을 재배할 토지가 적었다. 따라서 육류가 매우 귀했다. 육류는 대부분 상류층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먹기 귀한 육류와 금기시되었던 돼지고기의 지방을 대체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방법으로 오리나 닭, 거위를 살찌워 사육하던 것에서 시작한 음식이 바로 ‘살찐 간’ 또는 ‘기름진 간’을 의미하는 이 음식이다. 영어로 ‘fat liver’, 프랑스어로는 ‘푸아그라(foie gras)’라고 부른다.







비윤리적인 사육방법 가바주 (gav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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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공급된 영양분은 간에 저장해 지방간을 만든다. 지방이 두둑하게 쌓인 거위 간은 기름지면서도 부드럽고 입안 가득 풍부하게 퍼지는 풍미가 고급스러운 맛이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도 무척이나 환영받는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지방간을 생산하기 위해 강제로 거위에게 먹이를 주입하여 살찌워 사육하는 방법을 가바주(gavage)라고 한다.


첫 4주간은 약간 어두운 곳에서 사료를 먹이고, 이후 4주간은 고단백 고탄수화물 식이를 먹여 성장을 유도한다. 이렇게 어느 정도 성장한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주입(force-feeding)한다. 3주 동안 튜브를 거위 목 안에 약 5인치 정도까지 밀어 넣고 매일 강제로 먹이를 밀어 넣는다. 필요 이상으로 먹이를 먹게 된 거위의 지방은 간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렇게 가바주 사육이 끝나면 거위 간은 정상의 약 10배 이상으로 커진다.


과거에는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프랑스의 푸아그라 생산이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 거위의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체계를 교란해 환각에 빠진 것처럼 끊임없이 사료를 먹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며칠 안에도 푸아그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목 안 깊숙이 주입된 먹이로 인하여 거위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한 경우 내장이 파열되거나 죽기까지 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인간의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탐욕으로 거위가 희생되는 사육방법을 동물 학대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푸아그라의 생산 자체를 금지하고, 판매를 중지하는 등의 움직임과 푸아그라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인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 직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했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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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바주 사육기법은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도 전해졌다. 살찐 거위 간인 푸아그라는 고대 로마 시대에 이르러 화려한 고급 연회 요리로 주목을 받았다. 고대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중세시대 서유럽과 중부 유럽에 거주하던 아슈케나지 유대인(Ashkenazi Jews)이 이 가바주 사육기법을 이었다. 이들이 프랑스와 독일로 이주하면서 푸아그라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가 푸아그라 요리에 매료되어 전 유럽에 소개했다.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처형을 받기 직전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했던 음식도 바로 푸아그라 요리라고 한다.







푸아그라의 맛과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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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농후한, 기름진 깊은 맛의 푸아그라는 주로 전채요리에 사용한다. 버터같이 빵이나 비스킷에 발라먹는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보르도(Bordeaux) 지역의 소테른(Sauternes) 와인은 기름기 많은 푸아그라의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 주어 곁들여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푸아그라는 전처리나 가공방법에 따라 거위나 오리의 간을 양념하여 통째로 익힌 푸아그라 앙티에(foie gras entier), 간을 잘게 부수고 다시 사각형으로 성형하여 익힌 블록 드 푸아그라(bloc de foie gras), 익힌 간을 곱게 갈아서 부드러운 무스(mousse) 상태로 만든 무스 드 푸아그라(mousse de foie gras), 다른 육류의 자방을 섞어 크래커나 토스트에 곁들여 먹기 좋은 스프레드(spread)형태의 파테 드 푸아그라(pâté de foie gras)가 있다.


또, 거위나 오리 간을 반 정도만 익혀(semi-cooked) 본연의 식감과 향미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만든 푸아그라 미-퀴(foie gras mi-cuit), 거위나 오리 간을 완전히 익힌 후(fully-cooked) 거위나 오리 지방과 함께 병에 넣어 만든 푸아그라 퀴(foie gras cuit)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인간의 미식을 향한 탐욕

음식은 기름진 음식이 맛있는 법이다. 소고기도 마블링이 많은 것이 맛있고, 돼지고기도 삼겹살이 맛있다. 특히 간은 로마 시인인 호라티우스가 말하길 관능적인 사랑을 상징한다고 했다. 특히 고대 로마 시대의 사람은 푸아그라를 먹으면 육체적 쾌락을 느끼게 된다고 믿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간은 특별한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간이 부었다.’라는 것을 일종의 대담한 용기를 가진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간을 먹으면 힘이 난다고 생각했다. 푸아그라는 사육방법이 잔인하여 동물 학대의 논란이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먹기를 소망했다는 이 푸아그라 요리를 평생에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다. 이 호기심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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