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처럼…콤비 스타일 입기의 정석
네이비 재킷, 그레이 팬츠가 기본
번쩍이는 광택 소재는 피해야
단색 넥타이, 클레릭 셔츠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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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에서 슈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가 아닐까. 배우 이정재 얘기다. 그런 이정재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그것도 슈트 패션으로. 지난달 14일 시작한 JTBC 금토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에서 정치 현장을 뛰어다니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등장한 이정재의 스타일이 역시나 화제다.
송희섭(김갑수) 4선 의원을 보좌하는 장태준 역할로 분한 이정재의 이번 슈트 스타일은 꽤 현실적이다. 패션 광고나 화보에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차림새가 아니다. 정치판 ‘미생’이라 불릴 정도로 현장을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활동적인 직업답다. 시위 현장을 누비다가도 단정한 모습으로 국감에 참석하고, 기자 회견 현장에 있다가도 사무실에서 회의를 한다. 드라마는 직업인으로서 그 모습을 현실감 있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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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의원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여러 가지 일들이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실의 최성용 보좌관은 “회의에 배석하는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당연히 슈트에 구두를 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콤비 정장을 주로 입고, 지역구 미팅이나 선거 유세 등 현장에 나가는 일도 많아 점퍼·스니커즈 등 캐주얼 차림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뒤에서 의원님을 모시는 역할을 하는 이들은 배지나 행커치프 등 튀어 보일 수 있는 액세서리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회를 무대로 펼쳐지는 드라마지만 극 중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화려한 슈트 차림을 좀처럼 보기 힘든 이유다.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추면서도 활동성을 겸비할 것. 드라마 속 이정재 역시 현실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상·하의 세트인 셋업 슈트보다 콤비 슈트를 주로 입고, 가끔은 셔츠에 야전 상의를 추가하거나 넉넉한 보스턴 백을 매치하는 등 비즈니스 캐주얼 범주에 들어갈 만한 편한 차림도 등장한다. 이정재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황금남 실장은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스타일보다 실제 일하는 남자들의 정장 패션을 참고했다”며 “해외 비즈니스맨들의 스트리트 패션, 특히 출장지 등 야외에서의 활동적인 스타일을 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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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이정재가 주로 입는 스타일은 상·하의를 다르게 입는 콤비 슈트로 세퍼레이트 슈트(separate suit·분리된 슈트)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콤비 슈트를 제대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상·하의를 따로 입다 보니 컬러나 소재가 맞지 않으면 어색해 보이기 쉽고 자칫 지나치게 중후해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제대로 입으면 패셔너블해 보일 뿐 아니라 경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핵심은 재킷과 팬츠의 적절한 맞춤이다. 황금남 스타일리스트는 “콤비 슈트를 입는다면 번쩍이는 옷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남성 슈트의 경우 소재에 따라 광택감이 돌기도 하는데, 이런 소재의 재킷이나 팬츠를 콤비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상·하의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대부분의 이유가 소재의 광택 차이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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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는 기본 컬러에서 맞추는 것이 좋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컬러는 역시 네이비와 그레이다. 실제로 드라마 첫 회에서 이정재는 네이비 재킷에 그레이 팬츠를 콤비로 입고 등장했다.
네이비 재킷은 회색 팬츠나 베이지 계열의 팬츠 모두와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체크 재킷은 클래식한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체크 재킷을 콤비로 입을 때는 체크무늬에 속한 색 중 한 가지 색을 하의 색으로 선택하면 쉽다. 브라운과 블루가 섞인 체크라면 짙은 브라운 컬러의 팬츠를 선택하는 식이다.
콤비 슈트를 입으면서도 격식을 갖춘 느낌을 내고 싶다면 비결은 셔츠다. 몸에 잘 맞는 제대로 된 셔츠를 선택하고, 흰색 기본 셔츠만 고집하기보다 컬러나 패턴이 있는 셔츠를 매치하면 세련미를 더할 수 있다. 극 중에서 이정재 역시 클레릭 셔츠나 줄무늬 패턴의 셔츠를 즐겨 입는다. 클레릭 셔츠(cleric shirts)는 색이나 줄무늬가 있는 몸판에 옷깃과 소매 커프스만 흰색인 셔츠다. 얼굴빛을 화사하게 만들어주고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때론 짙은 컬러의 데님 셔츠를 더해 캐주얼한 느낌을 살려보는 것도 괜찮다. 콤비 슈트의 활동성을 보다 부각할 수 있고 젊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단, 어떤 셔츠든 목둘레가 중요하다. 몸에 잘 맞는 셔츠야말로 세련된 슈트 패션을 완성하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황금남 스타일리스트는 “단추를 모두 채우고 손가락 두 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콤비 슈트의 한끗은 넥타이 선택에 있다. 일반 슈트에서 넥타이는 포인트를 주기 좋은 액세서리로 통한다. 하지만 콤비 슈트에는 이미 많은 디테일이 있기 때문에 넥타이만큼은 단순한 것이 좋다. 패턴이 복잡하거나 광택이 있는 제품보다는 단색 넥타이나 패턴이 들어가더라도 최대한 컬러를 적게 사용하거나 단순한 것으로 선택한다. 넥타이 핀이나 행커치프 등 다른 슈트 액세서리도 피한다. 구두 역시 브로그(이음새 부분에 구멍을 뚫어 장식한 것)가 있거나 윙팁(날개 모양의 구두 장식)이 있는 제품보다 단순한 디자인이 좋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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