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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제보자 "50억 뇌물 더있다"···2심 막판, MB 옥죄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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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이 갑자기 등장한 ‘추가 뇌물 50억’으로 인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의문의 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이 더 있다”며 관련 자료를 넘기면서다. 검찰에 따르면 제보자는 ‘에이킨 검프 내부 자료에 깊이 접근할 수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 LA지부가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지급해달라”며 삼성 측에 보낸 거래 명세서(인보이스ㆍinvoice)가 포함돼있다. 인보이스는 2007~2011년 사이 총 38차례 발송됐으며, 청구 금액은 60억여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인보이스를 받은 뒤 돈을 미국으로 송금했다는 진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중 10억은 기존에 검찰이 기소했던 뇌물액과 겹친다. 검찰은 이를 제외한 50억원을 이 전 대통령의 뇌물가액에 추가해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은 총 119억원 가량으로 치솟는다. 앞서 1심에서 징역 15년형이 선고된 이 전 대통령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왜 수사단계에서 이 50억원을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 검찰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주요 자료 보존기한을 7년으로 설정해 2011년 이전 자료가 회사에 남아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 이전 받은 뇌물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구체적인 증거 자료가 나오지 않아 기소할 때 해당 금액을 뺐던 건데 이번에 확실한 자료가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그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의 종류를 두 갈래로 나눠 적시했다. 첫번째는 2007~2011년 월 12만 5000달러(약 1억 4000만원)씩 정기적으로 보낸 다스의 수임료다. 이는 삼성과 에이킨 검프 측이 서로 주고받았던 수임료 관련 이메일 및 송금 내역,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입증됐다.


두번째는 같은 기간 비정기적으로 보낸 부대비용이다. 이 경우 에이킨 검프에서 삼성에 인보이스를 보내 특정 금액을 청구하면 삼성이 돈을 지급했다. 검찰도 두 번째 뇌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입증할 인보이스가 삼성에 남아있지 않았고, 그나마 발견된 6개(10억원 가량)의 2011년도 이후 인보이스 자료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한 변호인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해놓고도 못 찾은 거액의 뇌물액을 이제 와서 추가하겠다고 한다”며 “검찰의 수사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제보자가 만일 불법적인 방식으로 내부 자료를 빼냈다면 이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도 했다.

변호인단은 이를 계기로 기존에 인정된 뇌물 혐의까지 뒤집을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삼성 뇌물의 핵심 증언자들이 기존 검찰 조사에서 추가 뇌물 50억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변호인은 “2007~2011년 사이 받은 뇌물은 정기적으로 보낸 12만 5000 달러 밖에 없다고 이들이 증언했는데 이제 와서 '사실 뇌물이 더 있었다'고 주장하면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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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새 뇌물액 50억원이라는 건 이미 삼성의 핵심 관계자들이 다 진술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라며 “앞서 공소장에 명시된 비정기적인 뇌물액과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범죄이므로 포괄일죄(여러 개의 범죄 행위를 하나의 죄로 묶는 것)로 액수만 추가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이고 핵심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새 뇌물액 50억원이 공소장에 추가될지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당초 예정된 17일 결심 공판을 연기하고 몇 차례 재판을 더 열어 양측의 의견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오는 21일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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