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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차례상 '전통'은 이렇다…소박한 퇴계 이황의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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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에 얼마나 많은 음식을 올려야 할까. 민족의 대명절이니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야 마땅할 것 같은데, 막상 음식 준비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이 2일 예상 밖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차례상에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는 것이 외려 전통을 따르는 것이란다. 예법을 지키겠다면 다섯 가지 음식 정도만 올리는 게 맞는단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실제 사례로 제시한 차례상이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이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는 설 차례상에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만 올린다. 과일도 수북이 쌓지 않는다.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만 쟁반에 담는다. 퇴계 이황(1501∼1570)이 누군가. 한국 성리학의 대가 아니신가. 퇴계 선생이 워낙 청렴하게 사셨으니 혹여 너무 소박한 게 아닐까 싶지만, 여기에도 근거가 있다.


제례 문화 지침서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그 근거다.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차 같은 간단한 음식만 올려 차례(茶禮)다. 설날과 추석에 치르는 의식을 제사(祭祀)라 부르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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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만 올라간다.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 것이 법도에 맞는 절차다. 퇴계 종가 차례상과 비교하면 『주자가례』의 차 대신에 떡국과 전, 북어포가 올라간다. 퇴계의 소박한 차례상은 『주자가례』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원래 간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점차 늘어난 것으로, 술·떡국·과일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음식은 집마다 사정에 맞춰 조절하면 된다(김미영 수석연구위원)”는 게 국학진흥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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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은 “올 설 연휴는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직계가족도 5명 이상 모이지 못한다”며 “이번 기회에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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