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가뭄에 당도↑, 최근 비에 산도↓…역대급 당산비 감귤
12월 1일은 '감귤데이'…겨울 1등 과일 의미
지난달 16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농장에서 농민이 수확한 타이벡 감귤을 콘테나(플라스틱박스)에 담고 있다. 최충일 기자 |
지난 1일은 ‘감귤데이’다. ‘겨울철(12월) 1등 과일’이라는 의미다. 제주 감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과일의 제왕'으로 불린다. 이 기간 많은 이들이 감귤을 까먹다 손끝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한다. 제주도와 제주농협은 이런 의미와 염원을 담아 2015년부터 매년 12월 1일을 감귤데이로 정했다. 숫자 12와 1은 감귤 맛을 결정하는 당산비(당도와 산도의 비율) 의미도 담았다.
당산비가 10 넘으면 맛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양재점에서 열린 제주 감귤데이 행사에서 방문객에게 제주감귤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
3일 제주도에 따르면 최상품 감귤은 12브릭스 이상의 높은 당도와 1% 미만의 산도를 가지고 있다. 보통 10이 넘으면 맛있는 감귤로 평가받는다. 당산비를 따지는 이유는 같은 당도라면 신맛이 적은 감귤이 더 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신맛보다 단맛 비율이 높다. 올해 제주감귤은 당산비 10 이상이 기대된다. 당도가 11브릭스 가까이 나오고 산도는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가을철 비가 적게 내려 당도가 올라갔고 최근 비가 적당히 내리면서 산도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맛있는 올해 감귤, 가격도 올라
2022년산 제주 감귤 . 최충일 기자 |
올해 제주감귤은 지난해보다 더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는 평이 이어지며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28일 기준 올해 예상 생산량 45만7000t 중 10만3358t(22.6%)이 출하됐다. 최근 (11월21~26일) 1주일간 노지감귤 평균 가격은 5㎏ 7780원으로 지난해 7320원보다 6% 올랐다. 2020년산 노지감귤 6540원보다 19% 높은 가격이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양재점에서 열린 감귤데이 행사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감귤이 겨울철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더 높은 품질로 보답하고, 국민의 마음 속 고향 제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곳곳 귤림추색(橘林秋色) 풍광
지난달 16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농장에서 농민이 수확한 타이벡 감귤을 콘테나(플라스틱박스)에 담아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
제주 감귤 인기에 힘입어 농가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지난달 16일 제주시 애월읍 한 감귤 농가를 찾았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 10가지 중 한 가지인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말 그대로 가을부터 겨울 동안 주렁주렁 매달린 귤로 금빛 풍광을 이루고 있다.
이 농장에선 타이벡 활용한 감귤 수확 한창이다. 농장주인 이창익(60) 대표는 은퇴 후 10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약 1만㎡ 농장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타이벡 감귤은 부직포의 일종인 타이벡을 과수원 바닥에 덮어 재배한 것이다. 이 대표는 “타이벡은 잡초와 해충을 차단해 농약사 용량을 최소화하고, 수분을 적절히 흡수하게 한다”며 “햇빛을 90% 내외로 반사해 나무 아래쪽 그늘진 곳 감귤도 잘 익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제주 감귤, 최소 1000년 전부터 재배
감귤은 품종마다 색도 모양도 다르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레드향·한라봉·황금향·온주감귤·금귤·하귤. 중앙일보 DB. |
감귤은 타이벡 감귤 외에 노지(露地) 감귤과 하우스 감귤 등으로 나뉜다. 노지 감귤은 밭에서 직접 재배되는 감귤이다. 제주 감귤 대부분 노지감귤이다. 수확시기에 따라 분류하면 극조생(10월 중순)·조생(11월 중순)·중만생(12월) 으로 나뉜다. 하우스 감귤은 비닐하우스에서 냉난방으로 온도를 조절해 재배한다. 자연적으로 감귤이 자리기 힘든 4월에서 10월까지 출하한다. 전기료가 드는 만큼 가격이 비싼 편이다.
제주 감귤은 약 1000년 역사를 갖고 있다. 문헌에는 『고려사』에 처음 등장한다.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 문종 6년(1052년)에 ‘탐라국에서 해마다 바치는 귤 정량을 100포로 개정 결정한다’고 쓰였다. 그 이후 제주에서 재배되는 귤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한국으로 온 온주(溫州)감귤이다. 온주는 중국 절강성(浙江省) 남동부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다. 1911년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한국명 엄택기) 신부가 일본에서 온주감귤 나무 15그루를 들여온 것이 근대 제주감귤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에밀 신부가 서귀포시 서홍동 홍로성당에 심었던 온주감귤나무 중 살아남은 한그루는 2019년 4월 고사했다.
한라봉 등 만감류, 덜 익은 풋귤도 인기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으로 거듭난 감귤도 있다. 크고 당도가 높아 인기를 끌고 있는 만감(滿柑)류 감귤이다.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감귤을 말한다. 만감류는 ‘한라봉’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만감류는 온주감귤보다 늦게 수확한다. 미국의 오렌지처럼 크고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한라봉 외에 천혜향·황금향·레드향 등도 인기다. 이밖에 온주감귤을 노랗게 익기 전 일찍 따 청 등으로 만들어 먹는 ‘풋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해마다 풋귤의 출하 시기(8월 1일∼9월 15)를 조정해 정해진 시기 안에서만 출하를 허용한다. 껍질이 푸른색이라 청귤로도 불리지만 재래종 청귤과 구별 위해 ‘풋귤'로 부른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