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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번호 1번이 합격자 청부살인' 서울대 괴담의 진실

'예비번호 1번이 합격자 청부살인' 괴담

서울대 "예비번호 사전 공표할 대상 아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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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로 정시모집 추가모집이 끝나면서 2019학년도 대학 입시가 마무리된다. 대부분 대학은 최초 합격자 발표 시 불합격자에게 ‘예비번호’를 알려준다. 합격자가 다른 대학을 선택해 등록을 포기할 경우 예비번호 앞 순서부터 추가합격 기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서울대는 최초 불합격한 수험생에게 예비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추가합격의 기회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서울대는 왜 예비번호를 알려주지 않을까.


수험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몇 년 전부터 서울대에서 발생한 청부살인 미수 사건 때문이라는 괴담이 돌고 있다. 2000년대 초 서울대 의대 입시에서 예비번호 1번을 받은 학생이 최초 합격자를 청부살인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어 이후 예비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 “입학처에 확인해보니 사실이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일부 수험생들은 사실로 믿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SKY 캐슬’이 서울대 청부살인 사건을 본떴다는 설이 나오면서 괴담이 다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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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괴담은 과거 어느 언론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괴담 내용도 의대가 아니라 법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거나 예비번호 3번이 1번을 청부살인 하려 했다는 등 글마다 제각각이다. 오랜 기간 입시 업계에 종사해온 입시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30년이 넘는 경력을 지닌 입시 전문가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그런 정도의 사건이 있었다면 적어도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알려져야 했는데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일”이라며 “사실일 리 없다”고 단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도 “상상은 해볼 수 있는 일이겠지만 최근에 와서야 등장한 설이라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괴담에 대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예비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비번호는 미등록자가 발생할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므로 사전에 공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즉 합격해놓고도 등록을 포기할 수험생이 나올지 알 수 없는데 미리 예비번호를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입시에서는 대부분 최초 합격자들이 등록하기 때문에 추가합격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예비번호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서울대는 모집정원(901명)의 6.1%인 55명만을 추가합격 시켰다. 특히 인문계열 학과의 경우 단 7명만 추가합격 시키는 데 그쳤다. 고려대 추가합격자가 226명(26.6%), 연세대가 407명(31.8%)에 달하고 많은 대학이 절반 이상을 추가합격자로 채우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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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서울대 예비번호와 관련된 괴담이 최근 몇 년 새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상위권 대학과 의대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 소장은 “정시모집 비율이 줄고 상위권대 정시 합격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루머로 보인다”며 “특히 의학전문대학원이 의대로 전환되면서 의대 모집인원이 늘고 있고, 의대 선호가 점점 높아진다는 점도 의대 입시와 관련된 괴담이 만들어진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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