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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없는 눈빛에 1200만 열광…싸이도 울린 에버랜드 알바생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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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옷 머리 신발 양말 다 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이라는 제목의 2분 30초짜리 유튜브 영상이다. 10인승 물놀이 시설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장에서 현란한 말솜씨를 선보이는 알바생의 모습이 화제가 되며 조회 수가 그야말로 ‘떡상’했다. 지난달 4일 올라온 영상이 50일 만에 1200만 조회 수를 찍었다.


하루아침에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이는 김한나(23) 씨다. 에버랜드에서 고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도우면서 탑승 대기 시간의 지루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캐스트(알바생)’다. 그는 “늘 하던 일인데 갑자기 알아봐주는 분이 많아져 얼떨떨한 기분”이라며 “오래 일하면서 안내 멘트가 익숙해졌고, 또 그러다 보니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사람들은 그를 ‘소울리스좌(소리좌)’라고 부른다. ‘영혼이 없어 보이는(Souless·소울리스)’ 눈빛과 달리 속사포 랩 수준의 멘트에 춤까지 소화하며 고객을 안내하는 모습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OO좌’는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분야에 출중한 이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는 웬만한 K팝 스타 못지않다. 유튜브‧틱톡 등 각 채널에 올라온 영상 모두 수백 만의 조회 수와 수천 개의 댓글을 거느리고 있다. 얼굴을 가렸던 마스크를 벗은 뒤 인기가 더 뛰었다. 그를 모델로 한 에버랜드 장미축제(6월 12일까지) 광고 영상은 열흘 만에 유튜브 5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과거 에버랜드의 광고 모델이었던 싸이‧화사 등도 넘보지 못한 숫자다. ‘SNL코리아(쿠팡플레이)’ ‘코미디빅리그(tvN)’를 비롯해 TV‧유튜브‧인스타그램 가리지 않고 날마다 패러디 영상이 쏟아진다.


김씨는 “평범한 또래 직장인의 모습”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무심한 듯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고’ ‘영혼을 갈아 넣지도 않고 주인 의식도 없지만, 할 일은 하고’ ‘일도 놀이처럼 재밌게’ 하려는 업무 방식이 MZ세대 직장인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1만 2000여 댓글 가운데는 ‘진짜 프로 중의 프로. 입은 열심히 멘트 치는데 눈빛은 여기저기 다 관리하느라 바쁨’ ‘동태눈 같이 눈에 힘은 없는데 리듬감, 박자, 딕션(발음)까지 완벽하다’ ‘소리좌처럼 열심히 산 결과로 대박 나게 해주세요’ 등의 반응이 많다.


김씨는 햇수로 4년째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다른 일도 여러 번 해봤지만 3번이나 재입사할 정도로 놀이공원 일이 매력이 많다”면서 “‘돈 번다’는 생각보다 ‘또래 알바생들과 함께 논다’ ‘고객과 만난다’는 생각으로 근무해왔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적다”고 말했다. “일 잘한다”는 칭찬보다 “잘 논다” “재밌다”는 말이 더 좋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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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포 랩과 춤 실력은 당연히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온종일 중얼거리듯 가사를 외우고, 목이 쉴 정도로 소리 내고, 퇴근 후 따로 연습실에 모여 춤을 갈고 닦길 수개월, 그렇게 이른바 ‘영혼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영혼이 없다는 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왕 하는 거 즐겁게 열심히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김씨는 4월30일을 끝으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유니폼을 벗었다. 퇴사는 아니다. 지난 한 달 간의 성과에 힘입어 에버랜드 홍보팀 캐스트로 보직을 옮겼다. 에버랜드의 유튜브 공식 채널인 ‘티타남’에서 영상 기획과 출연을 맡았다. “더 중독성 강한 영상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생기가 가득했다. 영혼이 없는 ‘소울리스’가 아니라 영혼이 충만한 ‘소울 맥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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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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