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에 염산테러 장면 묘사한 어린이 만화책···부모들 경악
출판사, 전량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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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책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로 복수하는 남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학부모 등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가 된 만화책은 지난 5일 출간된 『태경TV 학교 탈출』다. 구독자 143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태경TV'의 내용과 캐릭터를 가져오고 작가의 창작을 더해 재가공한 만화책이다.
'태경TV'는 유명 유튜버 도티가 대표로 있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 소속으로,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주제로 유튜브 방송을 운영 중이다. 등장인물인 태경과 그의 여자친구 쁘띠허브는 최근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다.
『태경TV 학교 탈출』역시 어린이 독자를 겨냥했으며, 출판사 대원키즈는 이 책의 구독 연령을 7세 이상이라고 소개했다.
주말 사이 논란이 확산되자 대원키즈는 23일 전량 폐기를 결정했고, 현재 온라인서점 홈페이지에서 책은 검색되지 않거나 품절 상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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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기엔 너무 잔인…바로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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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장면은 교제하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남성이 복수를 감행하는 '염산테러괴담' 부분이다.
책에는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는 복수심에 불탔고’, ‘복수하고 말테다!’, ‘며칠이나 몰래 여자 주변을 맴돌던 남자는 결국…’ 같은 표현이 사용됐고, 염산 테러를 당해 녹아내린 여성을 얼굴도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SNS에서는 해당 장면이 데이트 폭력과 여성 혐오를 조장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이미 책을 구매한 보호자들은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주문했다. 내용 확인안하고 구매한 제 잘못이다. 아이가 보기엔 너무 잔인하다. 바로 폐기했다", "아이들이 이걸 보고 모방할까봐 정말 몸서리가 쳐진다"는 후기를 남겼다. 온라인상에도 "전량회수하고 판매 중지하라", "아동도서 출판사가 여성 혐오를 조기교육 시키나"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엔 50여 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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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키즈 "부주의했다" 전량 폐기 결정
대원키즈는 해당 도서를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석인수 대원키즈 편집장은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확인하고 전량 폐기를 결정했다. 오늘 중으로 온라인 서점에서도 절판될 예정"이라며 "내용을 감수하면서 걸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소비자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태경TV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가져왔지만 문제가 된 염산테러괴담은 다른 작가가 각색 과정에서 창작해 넣은 에피소드"라며 "추후 내용을 드러내고 새로 출간할지, 아예 책을 내지 않는 방향으로 할지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튜브 콘텐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튜브에 이미 공개된 내용을 책 등 다양한 매체로 가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원키즈도 태경TV의 인기를 바탕으로 초등학생 등을 주타겟으로 한 『태경TV 학교 탈출』을 출간했다.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 원작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거나 가공을 거치거나 캐릭터만 차용해 스토리를 새로 만들게 된다.『태경TV 학교 탈출』의 경우 원작에 작가의 창작이 더해졌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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