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식당] 3 아재 마음 속 만두집 1위 '미스터 서왕만두'
아재의 식당
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아재 식당은 서울 신촌 기차역 부근에 위치한 ‘미스터 서왕만두’. 짜장면, 짬뽕 없이 만두 4종(군만두·찐만두·소룡포·새우만두)이 주 메뉴인 식당이다. 중국인 부부가 인천에서 이화여대 서부교육청 앞으로 이사 와서 테이블 3개 놓고 시작한 집이다. 테이블 12개를 놓을 수 있는 곳으로 확장·이전했고, 1년 4개월 전 2호점을 열고 사장 부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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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내 맘대로 서울의 만두 맛집을 꼽는다면 후암동 산동만두, 숙대 앞 구복만두, 그리고 서왕만두인데, 개인적으론 이 집이 젤 좋아.
뽀시래기 : 와, 그런데 대학가 앞이라 그런가요. 정말 깔끔하네요. 방금 문 연 집 같아요.
아재 : 지금 막 문 열었지. 어제까지 문 닫았다가 오늘 점심 장사하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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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늘도 주문은 아재 몫. 군만두·찐만두·소룡포·새우만두 4종과 연태고량주 작은 것 1병을 주문했다.
아재 : 며칠 전에 선배와 함께 와서 만두 3개 시켜놓고 연태고량주 작은 거 1병 시켰다가 역시 부족해서 1병 더 시켰어.
뽀시래기 : 아재는 술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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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군만두가 제일 먼저 나왔다.
뽀시래기 : 만두피가 엄청 맛있어요. 전 만두전문점에 와본 것도 처음이에요.
아재: 오늘 일기에 써.
뽀시래기 : 짜장면이나 이런 걸 먹으면서 사이드로 군만두를 시켜도 원래 한 입도 안 먹는데, 이집은 정말 맛있어요.
아재: 그건 ‘만두피 튀김’이라고나 할까. 속이 너무 부실하잖아.
아재 : 만두가 정말 유명한 한국 영화가 있는데 알아 맞춰봐.
뽀시래기 : ??
아재: ‘올드보이’라고, 그 영화를 보면 정말 군만두가 먹고 싶어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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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시래기 : 난 또~. 그럼 중국 영화 중에 만두 이야기로 유명한 건요?
아재: 원래 중국영화에선 만두가 늘 이렇게 등장하지. 길가는 나그네가 묵는 곳을 ‘객잔’이라고 하는데 술집 겸 음식점 겸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야. 누군가 와서 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나면 그 다음날 그 사람은 사라져. 알고 보면 만두 안에 들어가 있지. 사람을 죽여서 그 인육을 만두소로 쓰는 거야. ㅋㅋ.
뽀시래기 : 말도 안 돼. 너무 잔인해요.
아재 : 옛날 무협 영화 단골 스토리인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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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만두 3종이 배달됐다. 짜자잔~. 아재, 급한 마음에 젓가락 댔다가 멈춤.(뻘쭘)
뽀시래기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영상을 찍어야 한단 말이에요. 만두피가 얇아서 속이 투명하게 다 보여요. 우와~. 새우 통통한 거 봐요!!
아재는 동영상을 찍는 뽀시래기를 엄청 열심히 도와준다. 그런데 예쁘게 자르지 못해 다시 도전.
뽀시래기 : 얘도 하나 찢어 봐요.(과격한 뽀시래기) 그런데 더 지저분해졌어. ㅠㅠ.
아재 : 대충 찍었으니까, 이제 먹으면 안 될까? 배고프다.
아재: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걸 중국과 일본에선 ‘교자’라고 해. 중국에서 고추잡채 시키면 함께 나오는 꽃빵을 만두라고 불러. 똑같은 한자를 일본에선 ‘만쥬’라고 읽지. 이 만두의 이름에는 유래가 있어.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이면 다 알거야. 제갈량이 남만(지금의 베트남 쪽) 정벌을 가는데, 앞에 큰 강이 나타나. 강 속의 귀신이 ‘사람을 재물로 바쳐야 강을 지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고 하는 거야. 제갈량이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거든. 그래서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어서 강에 던지고 귀신을 속인 후 강을 건넜다고 해. 한자로 ‘만’은 오랑캐, ‘두’는 머리 두를 쓰거든. 그러니까 만두는 오랑캐 머리라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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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시래기 : 우리는 ‘연태고량주’를 시켰는데, 메뉴판에는 ‘연택고냑’이라고 써 있네요. 연태‘꼬냑’을 말하는 걸까요?
아재 :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런 거겠지. 나는 이 집의 저 서툰 메뉴판도 맘에 들어. 중국 현지에 온 것 같잖아. ㅎ.
아재 : 얘는 이름이 또 달라. 소룡포. 중국식으로는 ‘샤오롱바오’라고 하는데 ‘바오’가 포, ‘샤오롱’은 찜기야.
뽀시래기 : 포? 샤오롱바오?
아재 : 얘는 안에 육즙이 많아서 먹는 방법이 따로 있어. 이렇게 움푹한 중식 숟가락에 올리고 만두피를 먼저 찢어서 숟가락에 육즙을 흘러나오게 한 다음, 국물을 먼저 먹는 거야.
아재: 주방이 좁아서 만들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인 게 늘 아쉬워. 볶음밥 하시면 정말 잘 하실 것 같은데. 쩝. 원래는 탕수육, 깐풍기도 없었어. 그래도 가격이 너무 착해서 좋아. 이 정도의 소룡포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는 집이 흔하지 않거든.
뽀시래기 : 역시 아재 눈에는 가성비가 먼저! ㅎ.
아재 : 나도 맛이 우선이라고. 이 사람아.
오늘도 우리의 식사는 딱 적당한 양이었다. 늘 아재가 주문을 하면 부족할 듯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게 딱 알맞게 주문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재 : 자, 이제 디저트 먹으러 신촌 독수리 다방으로 가볼까?
뽀시래기 : 고고!!
진행=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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