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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합니다" 연매출 1243억 성심당이 떨고 있다…왜

중앙일보

성심당 2대 대표 임영진(오른쪽)씨와 임 대표의 아내 김미진 이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은 빵집이다. 대전에서 빵을 만들어 대전에서만 빵을 파는 동네 빵집이다. 겨우 동네 빵집인데, 성심당은 그냥 동네 빵집을 넘어선다. 믿기 어려운 신드롬을 양산하고 있어서다. 이를테면 대전 사람이 대전에 오면 꼭 방문하라고 추천하는 곳도, 여행자가 대전에 가면 꼭 먹고 싶은 음식도, 대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물도 다 성심당이다.


성심당이 유발한 현상은 끝이 없다. 대전역에서 기차를 놓친 승객의 팔 할이 성심당 대전역점에서 ‘튀소(튀김소보로)’ 사려다가 늦은 사람이라는 일화는,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진 ‘딸기시루케이크’ 소동에 비하면 차라리 귀엽다.


국내여행 일타강사는 성심당 2대 대표 임영진(70)씨와 아내 김미진(65) 이사를 인터뷰해 지난해 12월 20일 ‘튀소 맛없다? 100% 당신 탓…성심당은 분명히 경고했다’는 콘텐트를 내보냈다. 그때만 해도 임 대표와 김 이사 모두 딸기시루케이크가 그렇게 큰 소란을 일으킬 줄 몰랐다. 그로부터 4개월 남짓 지났고, 4개월 사이에도 성심당은 무시로 뉴스를 쏟아냈다. 지난달 19일 임 대표를 다시 만나 지난 소동에 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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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9일 판매를 시작한 망고시루케이크. 손민호 기자

Q : 딸기시루케이크 소동은 어떻게 된 겁니까.


A : “성심당은 오전 8시 문을 엽니다. 작년 12월 22일 새벽에 직원들이 출근하는데, 성심당 건물을 둘러싸고 긴 줄이 서 있더랍니다. 놀라서 물어보니 딸기시루케이크 사려고 새벽 2시부터 줄을 섰다는 거예요. 다 외지에서 온 손님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성심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케이크 파트 직원이 다른 종류 케이크는 사실상 포기하고 딸기시루케이크에 매달렸습니다. 직원들이 24시간 돌아가며 만들었습니다만, 주문량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날씨도 추웠는데, 죄송하지요.”


Q : 그래서 얼마나 팔렸나요.


A :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7400개가 나갔습니다. 원래 하루 목표가 700∼1000개였는데 두 배 정도 나간 셈입니다. 성심당이 남긴 건 많지 않습니다. 딸기시루케이크는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 이윤이 적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빵을 더 팔았으면 더 이익이 났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찾으시니,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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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일대 소동을 일으켰던 딸기시루케이크. 손민호 기자

Q : 왜 사람들이 딸기시루케이크에 열광할까요.


A : “케이크 무게가 2.3㎏입니다. 그중에서 딸기가 800g입니다. 케이크의 3분의 1 이상이 딸기이지요. 가격은 4만3000원입니다. 호텔에서 파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10만원이 훨씬 넘었으니까 비교가 되었겠지요.”


Q : 딸기시루케이크가 여전히 잘 나갑니까.


A : “작년 연말 소동을 겪고 난 뒤 1월부터 롯데백화점과 DCC 매장에서도 딸기시루케이크를 팔았습니다. 하지만 딸기시루케이크는 계절 메뉴입니다. 4월 19일부터는 망고시루케이크로 교체했습니다. 망고시루케이크는 무게 1.8㎏으로 망고 3개 반이 들어갑니다. 가격은 딸기시루케이크와 같고요. 하루에 최대 1000개까지 만들고 싶은데, 질 좋은 망고 수급이 문제입니다. 이미 주문이 쏟아집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린이날 연휴 앞두고 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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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의 시그니처 빵 튀김소보로. 하루 평균 2만2000개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빵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작년 인터뷰 때 성심당 연 매출이 최초로 1000억원을 넘을 것 같다고 처음 밝히셨는데, 최근 작년 매출이 1243억이라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영업이익은 315억원이나 됐고요.


A : “바람을 탄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이 파니까 그만큼 더 이익이 났던 거고요.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입니다. 이익이 생기면 직원들과 나눕니다. 이익의 15%가 분기마다 직원 인센티브로 돌아갑니다.”


Q : 류현진 선수 덕분에 미국에서도 유명해졌습니다.


A : “깜짝 놀랐습니다. LA 다저스 로버츠 감독이 튀소를 그렇게 맛있게 먹다니.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팥빵을 안 좋아하거든요. 류현진 선수에게 빵 선물하는 것도 그렇고. 한화 구단과 접촉했습니다만, 시즌 중이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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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문화원에서 바라본 대흥동성당.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성심당은 대전역과 한화이글스파크 사이에 있다. 대전역과는 800m, 야구장하고는 1㎞ 거리다. 기차 타고 온 원정 팬이 성심당에 들러 빵을 사서 야구장으로 간다. 지난달 19일 오후에도 성심당 안팎에서 원정 야구팬이 자주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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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의 성심당 케익부티끄. 평일 오후에도 빵집 앞으로 긴 줄이 섰다. 손민호 기자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노점에서 시작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피란 온 임길순(1911∼97) 창업주가 대전에 뿌리를 내렸다. 경남 거제 등지에서 피란살이를 하던 창업주 임씨는 56년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서울행 기차를 탔다. 그런데 기차가 대전역에서 고장 나 멈춰 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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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임씨는 그때 대전에서 살기로 작정했다. 임씨 가족에게는 서울이나 대전이나 똑같은 객지였다. 마침 대흥동성당이 대전역에서 멀지 않았다. 대흥동성당에서 임씨 가족은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았다. 그 밀가루로 임씨는 단팥빵을 만들어 팔았다. 성심당이 탄생한 순간이다. 현재 성심당은 대흥동성당 건너편에 있다. 성당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고 싶어 67년 이 자리로 옮겼다.


임영진 대표가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왜 대전에만 있느냐.” 성심당으로 인해 빚어지는 숱한 소동은 사실 성심당이 대전에만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성심당이 대전을 고수하는 이유는 하나다. 하늘이 대전으로 정해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전으로서는 다행인 일이다.


대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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