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에게 멘토란"...미식의 미래 이끌어갈 젊은 셰프 찾는다
“셰프에겐 종종 타협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빨리 요리가 나가야 하는데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처럼요. 이럴 땐 제 멘토인 베누의 코리 리 셰프님 말씀을 떠올려요. ‘자신에게 솔직하고 타협하지 말라’고 강조하셨거든요. 물론, 자신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요리는 처음부터 다시 만듭니다.”
산펠레그리노 영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 2024-25 론친을 기념한 행사에서 아시아의 미식을 이끄는 셰프들이 서로 협력하며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산펠레그리노 |
미쉐린1스타 레스토랑 ‘라망시크레’‘이타닉가든’을 총괄하는 손종원 셰프의 말이다. 그는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 2024-25 론칭을 기념해 지난달 26일에 서울 이타닉가든에서 열린 ‘브링 유어 퓨처 투 더 테이블’에 참여해 셰프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 자리엔 아시아의 미식 업계를 이끄는 국내외 셰프 7인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싱가포르 ‘세로자’의 케빈 윙(Kevin Wong) 오너 셰프는 “경력이 적고 미숙할 땐 어떤 요리를 해야 할 지조차 모를 때가 있는데 이때는 좋은 선례를 따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게도 그런 좋은 멘토 셰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내음’의 총괄 셰프 루이스 한(한석현) 셰프도 “요리를 하며 재능과 임금, 근무 시간 등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었다. 그때 선배들이 해준 ‘아무 생각하지 말아라, 고민이 많을수록 몸을 힘들게 하라, 그러면 나중에 돌아온다’는 조언이 힘이 됐다. 실제로 선배들이 걸어온 것처럼 일하다며 성장했다”고 했다.
이처럼 셰프에게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나 동료의 조언은 그 누구의 말보다 값지다. 같은 고민을 했기에, 누구보다 업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존재를 만날 기회가 바로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이하 영셰프 아카데미)’다. 2015년 시작해 올해 6회를 맞이한 영셰프 아카데미는 미식의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차세대 셰프를 선발하는 경연대회와 선발된 셰프들을 장기적으로 관리·육성하는 아카데미로 이뤄져 있다. 특히 경연 대회는 젊은 셰프가 미식 업계 관련 경험을 쌓으며 선배·동료 셰프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 멘토 셰프와 심사위원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셰프들에게 인기가 많다. 산펠레그리노 국제사업부 이사인 스테파노 볼로네즈(Stefano Bolognese)는 “미식의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인재들의 발굴·육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그들이 미식 업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긴밀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에 헌신하고 있다”고 아카데미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셰프들도 비슷한 소회를 밝혔다. ‘아시아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 ‘오데트’의 줄리안 로이어(Jukien Royer) 오너 셰프는 경연 대회의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젊은 셰프들이 이 대회를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인 2022-23 아시아 결선 당시 멘토 셰프로 참여한 손종원 셰프는 “내가 요리를 시작했을 땐 이런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참여하고 싶었을 만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추천했다”며 “같이 경연대회를 준비하며 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20 세계 결선 TOP3에 오른 케빈 윙 셰프는 “다른 참가자들과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음식이라는 공용 언어가 있어 소통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 시즌에서 아시아 지역 결선의 최종 10인에 포함되며 활약한 이지우 셰프는 “단순한 조리 기술이 아닌, 어떤 요리를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의미는 이날 셰프들이 선보인 요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22-23시즌에서 멘토와 멘티로 참가해 아시아 결선 우승, 세계 결선 TOP3에 오르는 쾌거를 만들어낸 한석현 셰프와 이안 고(Ian Goh) 셰프는 함께 ‘탕평채’를 준비했다. 줄리안 로이어 셰프와 손종원 셰프, 이지우 셰프, 김효정 셰프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주 전복을 활용한 ‘육개장’과 ‘비빔밥’ 요리를 선보였다. 이후 디저트인 ‘쌀과 커리’는 케빈 웡 셰프가 담당했다.
산펠레그리노 영셰프 아카데미. 사진 산펠레그리노 |
영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엔 지금까지 1400여명에 달하는 젊은 셰프가 참가했고 610명 이상의 멘토와 심사위원 셰프들이 함께했다. 2024-25시즌은 2월 21일부터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30세 미만의 젊은 셰프라면 누구든지 시그니처 요리의 레시피를 준비해 지원할 수 있으며, 지원 기간은 6월 19일까지이다. 서류 접수를 통해, 최소 50개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165인의 지역 결선 진출자를 선발해 지역 결선을 거쳐 2025년 10월 최종 세계 결선 우승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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