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미세먼지 잡았다…세라믹 벌집 필터, 문제는 '돈'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⑩공기정화탑 효과 있을까
스모그 프리 타워, 미세먼지 45% 저감
바람 강해질수록 효과 떨어져
EU로부터 38억 받은 ‘벌집 필터’
공기 정화 효과 높지만 가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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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보니 타워 안에서 기계음과 함께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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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홍보 책임자인 딜리안 다이크호프가 바람을 맞으면서 스모그 프리 타워의 원리에 관해 설명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쉽게 말해 야외식 공기청정기다. 정전기를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잡아낸다.
시간당 3만㎥의 공기를 걸러낼 수 있다. 전기 포트 한 대 수준의 전기(1170W)를 소비할 정도로 에너지도 적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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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는 이 미세먼지를 모아 반지와 귀걸이를 만든다. '스모그 프리 링(Smog Free Ring)'을 구매하면 1000㎥의 맑은 공기를 기부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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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로세하르데 스튜디오는 중국의 공유 자전거 업체인 오포와 함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자전거인 ‘스모그 프리 바이시클’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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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기술대학 연구팀이 스모그 프리 타워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타워에서 10m 떨어진 곳까지 미세먼지(PM10)는 45%, 초미세먼지(PM2.5)는 25%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는 조건일 경우였다. 타워 주변의 바람이 강해질수록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야외에 설치되다 보니 바람이 타워의 성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강한 바람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진도 “타워가 반 밀폐된 뜰이나 밀폐된 곳에 설치된다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 측은 “과학적인 측정을 통해 효과가 확인 된 건 지름 20m 원 안이지만, 실제로는 타워가 축구장 면적까지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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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도심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꼽아 ‘호라이즌 청정대기 소재상(賞)’과 함께 300만 유로(38억 원)를 지원했다.
이 상을 받은 제품이 코닝 유럽·중국 기술연구소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벌집 모양의 세라믹 필터를 활용한 공기정화시스템’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걸러내는 필터를 응용해 미세먼지로 오염된 도시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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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실제로 파리와 중국 상하이에 시제품을 설치하고 필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매우 나쁨(76㎍/㎥~) ’ 수준이었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인 10㎍/㎥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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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론 박사는 “일반 필터에서는 미세먼지가 누적돼 점점 효율이 떨어지지만, 벌집 모양의 세라믹 필터는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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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용이다. 세라믹 소재 자체가 가격대가 높다 보니 대규모 설비를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아이디어가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 갈지도 아직 확실치 않다.
테론 박사는 “300만 유로의 상금으로 파리 시내에 실제 크기의 데모 장치를 설치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연구한 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맞춰 상용화가 가능한지를 결정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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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건축가인 알렉세이 우마로프도 2017년에 빌딩 형태의 거대한 필터를 설치해 주변 공기 오염을 정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사람이 거주하는 빌딩이 아니라 수십 층 높이의 빌딩처럼 생긴 커다란 골격에 구멍이 많은 벽으로 이루어진 ‘하이퍼 필터’다.
벽의 구멍과 내부의 긴 파이프를 연결하고, 파이프를 통해 빨아들인 공기는 필터로 정화하고 오염물질은 별도로 분리해서 처리한다는 개념이다.
우마로프는 외국의 대기업이 이 아이디어를 채택해 베이징이나 뉴델리·모스크바 등에 설치해 주기를 제안했지만, 아직 꿈이 실현되지는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야외에 공기정화탑을 설치하기보다는 미세먼지가 심한 곳에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밀폐형 시설을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표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 전공 교수는 “대규모 공기정화탑은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 야외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차라리 중앙차선에 있는 버스정류장처럼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지역에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갖춘 밀폐시설을 만드는 게 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로테르담·파리=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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