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 ‘난 몰라’…불효자식에 준 재산 회수 가능할까
[더,오래] 조현진의 세금 읽어주는 여자(15)
조선시대 이혼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은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고, 아들을 낳지 못하고,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 질투하는 것, 나병 등의 유전병이 있는 것, 말이 많은 것, 훔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면 처를 내보낼 수도 있다는 것은 조선시대가 ‘효도’에 부여한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효도를 현대적인 의미로 풀어낸 ‘효도계약서’가 성행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업이나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가 공손히 봉양한다면 좋은 이야기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가끔 들려오는 뉴스에서는 각박한 현실도 들려온다.
부모가 자녀한테 재산 증여를 할 때 맺는 '효도계약서'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증여를 할 수 있고, 부양태도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취소도 할 수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면서 비평가였던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라는 작품에서도 묘사되는 세상이다. 고리오 영감은 사업적 수단을 발휘해 부를 쌓았고, 아내를 잃고 나서는 두 딸에게 헌신적이었다. 연수입 6만 프랑의 부자면서 본인에게는 20%도 쓰지 않고 딸들을 위해 돈을 썼으며, 결혼시킬 때 전 재산을 딸들에게 미리 증여했다. 적당한 연금을 받으며 딸들의 집을 오가며 생활할 계획이었으나 딸들을 곧이어 아버지를 외면했다. 마지막 그가 세상을 떠날 때의 말이다.
“내가 제대로 처신할 줄을 몰랐던 거지. 내 권리를 포기하는 바보짓을 한 거지. 딸들을 위해서라면 내 품위야 떨어져도 좋으리.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아름다운 천성도, 아무리 고상한 영혼도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한없이 너그럽게 구는 그런 타락에는 쉽게 빠져 버렸을 걸세.”
그 시대에 효도계약서가 있었다면 극의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효도계약서를 작성해 자식들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 효도계약서에 ‘부모에게 불효시 증여해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추후 분쟁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부담부증여는 조건을 걸어 증여를 하는 것으로, 재산 증여를 할 때 구두가 아닌 공증이라는 절차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2015년 대법원 판례로도 입증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는 것을 ‘증여’라고 하며, 이 증여는 개인과 개인의 계약이다. 판례로도 “이 사건 증여계약은 피고가 원고인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561조가 정한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며 “부담부 증여에 있어서 부담 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행돼 있더라도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처를 충실히 부양하지 않았다면 원고는 이를 이유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효도계약서에 ‘부모에게 불효시 증여해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추후 분쟁의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사진 pxhere] |
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을 자식이 다시 부모에게 반환하거나 재증여하는 경우에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될까? 이 때는 반환이나 재증여한 시기에 따라 과세대상 여부가 달라진다. 2021년 9월 7일 19억원의 부동산을 아들에게 증여한 후 변심으로 인해 2021년 10월 20일 반환한 경우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애초의 증여 건과 돌려받은 증여 건 모두 증여로 보지 않는다. 증여세 신고기한이 기준점이다. 증여세의 신고기한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8조에 따라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내이다.
신고기한 경과 후 3개월 이내라면, 당초 증여분은 과세하나 반환 또는 재증여의 경우 과세를 하지 않는다. 돌려받은 것은 증여로 보지 않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신고기한 경과 후 3개월이 지났다면 둘다 증여로 봐 증여세가 과세된다. 이 경우에도 예외가 있다. 현금으로 증여했다면 그 반환 여부나 시기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다른 재산의 증여와 달리 신고기한 이내 합의로 해제하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한다.
증여세는 증여계약이 이뤄진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다만 취득세의 경우 취득 날짜를 기준으로 60일 내에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이나, 취득세의 경우 60일 이내로, 이 기한을 유념하고 증여를 취소해야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증여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 증여를 취소하고 증여 등기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취득세는 반환 가능합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라 계약 해제시 등기하지 아니하고 취득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공증받은 공정증서, 부동산거래 계약해제 확인서로 인증한다면 신고 취소 가능하다.
원하는 방식으로 증여를 할 수 있고, 부양태도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취소도 할 수 있다. 시기도 신경써 세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회계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