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지쳐 남긴 회춘탕 국물이 눈에 선하다… 강진의 산해진미
12월은 진상품 옴천토하의 계절
아침은 얼큰하고 개운한 짱뚱어탕
돼지불고기 밥상엔 반찬만 20개
상다리 휘어질라 푸짐한 한정식
문어·토종닭·전복이 만난 회춘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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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하는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서만 산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생물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 귀한 새우가 강진에 모여 산다. 강진군 맨 북쪽의 산골 마을 옴천면이 유서 깊은 토하의 고장이다. 꼬막 앞에 벌교가 붙듯이 토하 앞에는 으레 옴천이 붙었다. 옴천토하. 이래야 격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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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천에서 네댓 가구가 토하를 기른다. 먹이를 주지 않으니 양식은 아니다. 논을 개량한 서식지에 물을 받아놓고, 물을 계속 흐르게 하면 토하가 알아서 자란다. 대신 토하를 잡아먹는 물고기·벌레 따위를 수시로 잡아줘야 한다.
그 토하를 12월에 잡는다. 잡은 토하는 천일염에 절여 1년을 숙성한다. 염장한 토하에 고춧가루·찹쌀죽·당근 등 비법 양념을 하면 토하젓이 완성된다. ‘옴냇골토하’ 임정열(50) 대표가 담근 토하젓을 찍어 먹었다. 비린내는커녕 흙냄새도 없었다. 그저 달고 고소했다. 뜨스운 밥이 간절했다. 1종지(600g)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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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남도 갯벌 하면 짱뚱어다. 강진만을 따라 드넓은 갯벌을 거느린 강진도 짱뚱어의 고장이다. 강진에는 더욱이 짱뚱어 장인으로 통하는 인물이 있다. 강진읍시장 건너편 ‘강진만 갯벌탕’의 이순임(68) 대표. 열세 살 때부터 갯벌에 나가 짱뚱어를 잡았으니 55년 세월을 짱뚱어와 살고 있는 ‘짱뚱어 전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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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손수 잡은 짱뚱어로 탕을 끓인다. 남도의 갯마을마다 긴 내력의 짱뚱어탕 집이 있지만, 이 대표처럼 직접 잡은 짱뚱어를 쓰는 집은 드물다. 펄펄 끓는 뚝배기가 나왔다. 뜨거운 김과 함께 매콤한 향이 확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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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억양에 얹힌 이 대표의 너스레가 귀에 착착 감겼다. 가을에 잡은 짱뚱어를 얼려놓은 것이라 해도 구수하고 걸죽한 국물은 그대로였다. 밑반찬에 칠게젓이 있었다. 갯벌탕(짱뚱어탕)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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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병영성에는 2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했다. 당연히 시장도 발달했다. “북엔 개성상인 남엔 병영상인”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음식 문화도 덩달아 진화했다. 그 영화의 세월이 병영불고기에 남아 있다. 연탄불에 구운 양념 돼지고기 요리다. 흔한 음식이라지만, 병영의 돼지불고기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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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강진 한정식이라고 부를 때 꼭 있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의외로 찰밥이다. 찰밥과 구운 김이 화려한 반찬과 나란히 나온다. 반찬만 먹다간 맛을 놓칠 수 있어 마련한 일종의 배려다. 진짜 밥은 나중에 된장국과 같이 나온다. 남도 한정식이라고 하면 삼합·굴비·생고기(육회)·토하젓 등이 필수 메뉴다. 한정식은 생선회·해산물·나물 같은 찬 음식부터 먹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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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간이 심심한 편이었다. 양념도 강하지 않아서 부담이 덜했다. 최선을 다했으나 몇몇 반찬은 남았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 4인 10만·12만·20만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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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탕이 각별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문어·전복 같은 해산물과 토종닭을 온갖 약재와 함께 푹 고은 보양탕의 전통을 서양 레시피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강진군청은 2013년 광주여대 김지현 교수의 도움을 받아 회춘탕 레시피를 작성해 지역 식당에 전파했다. 현재 9개 식당이 레시피대로 회춘탕을 끓인다. 반응이 좋아 내년에 3개 식당이 추가된다. 군청은 회춘탕 특허 등록을 마쳤고, 식당이 레시피를 지키는지 직접 점검한다.
레시피가 꼼꼼하다. ‘문어 1마리(2㎏)’ ‘수삼 2뿌리(50g)’처럼 식재료의 크기와 수량을 명시하고 ‘닭 삶은 물은 버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지침을 준다. 강진읍시장 남쪽 ‘으뜸식당’에서 맛봤다. 국물이 의외로 깨끔했다. 오병국(59) 대표가 “12가지 약재로 국물을 낸다. 소금은 한 톨도 안 들어갔다”고 말했다. 4인 기준 11만원.
강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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