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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놀고…‘자연’이 곧 예능 흥행 코드

새 ‘삼시세끼’ 시청률 7.2%로 출발

‘자연스럽게’‘캠핑클럽’ 등도 인기

관광지 아닌 시골의 느린 풍경으로

“각박한 현실 속 힐링, 소확행 충족”


온통 초록색이다. 산촌으로, 캠핑장으로, 시골 마을로…. TV 예능 프로그램이 ‘자연’으로 가고 있다. 2년 만에 새 시즌을 선보인 나영석 PD의 ‘삼시세끼’(tvN)를 비롯해 1세대 아이돌 핑클의 캠핑 여행을 담은 ‘캠핑클럽’(JTBC), 연예인들이 시골의 폐가를 빌려 전원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스럽게’(MBN) 등 최근 새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상당수가 ‘자연’을 흥행 코드로 내세웠다. 12일 시작하는 ‘리틀 포레스트’(SBS)도 강원도 인제 찍박골의 푸른 자연 속에서 펼치는 육아 예능이다. ‘먹방’ ‘쿡방’이 주류를 이뤘던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현실이 점점 각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안한 휴식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강해졌다”며 “이를 충족시키는 휴식 코드가 예능의 주요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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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간 ‘삼시세끼’=9일 밤 첫 방송을 한 ‘삼시세끼 산촌편’은 2014년 시작된 ‘삼시세끼’ 시리즈의 여덟 번째 시즌이다. 2017년까지 정선편·어촌편·고창편 등 일곱 시즌을 이어왔던 ‘삼시세끼’는 바다목장편을 마지막으로 2년 동안 휴지기를 가졌다.


지난 8일 열린 산촌편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를 통해 자연도, 음식도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고 생각해 한동안 제작을 안 했다”고 밝혔다. ‘삼시세끼’가 다시 돌아온 데는 그리움이 큰 몫을 했다. 나 PD에 따르면, 제작진끼리 프로그램 회의를 하며 “요즘 우리가 제일 보고 싶은 건 뭘까”를 물었을 때 “그냥 푸른 산과 초록 풍경, 비 오는 그림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제작진부터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PD와 함께 산촌편을 연출하는 양슬기 PD는 새 시즌의 특징으로 ‘초심’을 꼽았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차승원·에릭 등 출연자의 현란한 요리 솜씨에 의존했던 ‘삼시세끼’의 분위기를 끼니 해결이 관건이었던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뜻이다.


9일 첫 공개된 산촌편은 소박한 재미의 진가를 드러냈다. 요리엔 서툴지만 열정은 넘치는 출연진, 염정아·윤세아·박소담 등 세 배우는 콩나물밥과 된장찌개, 채소 겉절이와 감자전 등으로 세끼를 채웠다. 닭장 속을 뒤져 찾은 네 알의 계란으로 국을 끓이고, 아침부터 입이 터져라 야채 쌈을 싸먹는 단순한 삶에 시청자들도 빠져들었다. 화려한 여배우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주름잡는 이들이 전날 저녁 남긴 밥을 아침에 볶아먹는 식의 남다르지 않은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편안한고 친근한 에너지를 전하는 데 일조했다.시청률은 7.2%(닐슨코리아). 전주 방송됐던 ‘강식당3’의 5.9%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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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풍경 속의 ‘소확행’=최근 시작한 자연 속 예능의 특징은 유명 관광 명소보다는 전국 곳곳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마을을 찾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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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첫 방송을 한 ‘자연스럽게’는 지리산 자락의 전남 구례 현천마을에서 촬영한다. 마을에 방치된 빈집을 전인화·은지원·김종민·조병규 등 연예인들이 빌려 리모델링한 뒤 그 곳에서 살며 경험하는 전원 생활이 프로그램의 중심 콘텐트다. 서울의 반지하 자취방에 사는 조병규는 “시골에 가면 착해지는 기분, 동화 속에 있는 것같은 기분을 느낀다”면서 “시골에서 물 긷고 풀 뽑고 열매 따서 그냥 쓱쓱 닦아 먹고 싶다”고 했다. 유일용 PD는 “이런 도시인들의 로망을 정감있게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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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옥주현·이진·성유리 등 핑클 멤버 전원이 ‘완전체’로 모여 화제가 된 ‘캠핑클럽’ 역시 평범한 우리 자연의 산과 물, 해와 별을 배경 삼아 데뷔 21년 차 아이돌의 우정여행을 펼쳐낸다. 마건영 PD는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냐’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장소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장소 선정의 의미를 전했다. 그동안 전북 진안 용담섬바위, 경북 경주 화랑의언덕, 경북 울진 구산해변 등이 ‘캠핑클럽’의 정박지로 소개됐다.


이들 프로그램의 자연은 숨막히게 아름다워 구경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 아니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익숙해 금세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편안한 자연이다. 평화로운 풍광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그 속에서 휴식과 명상, 회상과 화해가 가능해진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힐링’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효과를 언급했다. “현대인들은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거창한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몸도 피곤하다. 그냥 냇가에 앉아 ‘아, 좋다’하며 긴장을 풀고 싶은, 그런 욕망을 영리하게 담아내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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