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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카롱 아시나요? 한국에만 있는 뚱뚱한 마카롱

크러스트 사이에 두툼한 잼·크림

인스타 바람 타고 젊은이에 인기

중앙일보

SNS에 올라온 뚱카롱 사진들. 크러스트 사이에 필링을 두툼하게 넣어 만든다. [사진 인스타그램]

점심으로 짜장면, 설렁탕을 먹더라도 회사 동료·친구들과 둘러 앉아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로 우아한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트렌드 때문이다.

요즘은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이 인기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정통 마카롱은 동그란 크러스트 2개 사이에 속으로 채운 필링의 비율이 1:1:1이다. 옆에서 보면 비슷한 두께의 삼층 구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뚱카롱은 크러스트 샌드 사이 필링의 두께가 3~4배는 된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도 엄지와 검지를 한껏 벌려 뚱카롱의 엄청난 두께를 확인시키는 종류들이 많다. 현재 이미지 위주로 소통하는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단 #뚱카롱을 검색하면 24만 개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뚱카롱맛집은 1만4000개, #뚱카롱택배는 1678개의 게시물이 올라 있다.


그래서 한편에선 뚱카롱을 두고 ‘인스타그래머블’ 아이템을 쫓는 국적불명의 디저트라는 비판도 있다. 원조인 프랑스에서도 놀랄 만한 변형 디자인인 데다, 먹는 용도가 아니라 사진 찍기용 디저트로 인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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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뚱카롱 사진들. 크러스트 사이에 필링을 두툼하게 넣어 만든다. [사진 인스타그램]

원래 마카롱은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은 반죽으로 만든 작고 동그란 과자인 크러스트 사이에 잼·가나슈·버터크림 등의 필링을 채워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바삭한 크러스트, 부드럽고 촉촉한 속, 다양한 종류의 달콤한 필링 등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한 조각의 디저트에서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말하자면 마카롱의 독특한 3단 구조를 하나하나 음미하는 게 제대로인데, 필링을 3~4배 분량으로 채운 뚱카롱은 원조 마카롱의 우아한 맛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1:1:1의 비율을 지키지 않은 거대한 덩치도 정통 마카롱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못마땅한 부분이다. 트위터리안 @naegai****은 “이렇게 두꺼운 걸 어케 먹음? 씹으면 다 튀어나오지 않을까”라며 뚱카롱을 씹었을 때 지저분하게 필링이 튀어나오는 그림을 그려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뚱카롱을 환영하는 이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회사원 이은미씨는 “원래 디저트라는 게 눈으로도 먹는다고 할 만큼 비주얼이 중요한데 뚱카롱은 그 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비주얼과 맛을 위해 창의적인 필링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높이 사는 이들도 있다. 한국의 떡에 자주 쓰이는 콩고물을 듬뿍 묻힌 ‘인절미 뚱카롱’이 대표적이다. 일반 마카롱과 같은 가격(1개에 대략 2000원대)으로 풍성한 필링을 즐길 수 있으니 오히려 가성비가 높고, 몇 개만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일반적이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이자 ‘빵요정’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김혜준씨는 “한국의 인스타 트렌드가 낳은 새로운 아이템”이라며 “사실 제과는 ‘1그램의 미학’이라 불릴 만큼 정교한 맛이 중요한데 뚱카롱은 단맛이 과해서 맛을 따지는 디저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디저트 문화를 즐기게 된 한국 젊은 층의 욕구와 SNS 트렌드가 맞물려 좀 더 특별한 걸 찾게 된 결과”라며 “유행을 즐길 만큼 즐기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정통 클래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먹거리 유행은 그 흐름이 너무 빨라서 정통과 변형 사이에 늘 잡음이 많다. 다만, 다양성을 즐기게 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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