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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서 만파식적이 왜 나와

신라 피리가 대한제국 보물 등장

소현세자는 호란을 막는 역할로

평행세계 어색한 조합, 흥미 못 끌어

첫주보다 2주차에 시청률 더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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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더 킹: 영원의 군주’(SBS)의 출발이 시원치 않다.


17일 11.4%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더 킹’은 11.6%(2화)-9.0%(3화)-9.7%(4화)를 기록하며 2주차에 시청률이 하락했다. 최근 10년간 김 작가의 작품이 2주차에 시청률이 하락한 것은 ‘더 킹’이 처음이다.


‘더 킹’의 고전은 주연 배우들의 식상한 캐릭터와 평행세계를 둘러싼 초반의 난해한 전개,역사 차용의 어색한 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 작가는 전작 ‘미스터 션샤인’에서 역사로 재미를 봤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유진 초이가 미 해병대 장교로 돌아와 의병 투쟁을 돕는다는 설정은 반일 의식과 맞물려 호응을 얻었다.


‘더 킹’은 만파식적과 소현세자로 작품의 주요 설정인 평행세계를 구성하지만, 전작만큼 작품과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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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차원의 문’을 여는 만파식적=만파식적(萬波息笛)은 ‘더 킹’에 나오는 두 개의 평행세계 중 하나인 대한제국의 보물이다. 선황제를 살해한 동생 이림과 현재 황제인 이곤이 한 조각씩 가진, 대한민국으로 이동하는 ‘차원의 문’을 여는 도구다.


실제 만파식적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의 피리. 낮이면 둘로 갈라지고, 밤이면 하나로 합쳐지는 대나무로 만들었으며, 이를 불면 나라의 걱정이 해결됐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정작 만파식적의 설화와 ‘더 킹’의 평행세계가 연결되는 개연성, 설득력은 낮다. 첫 주엔 ‘내용 이해가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나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만파식적을 사극 판타지에 쓰는 것은 영화 ‘전우치’ 등의 전례가 있다”면서도 “다만 ‘더 킹’은 평행세계라는 설정과 전개가 기대만큼 매끄럽진 않다”고 말했다.


②호란을 막은 소현세자?=‘더 킹’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개의 평행세계가 나온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온 황제 이곤(이민호)은 형사 정태을(김고은)에게 “두 대한의 역사는 소현세자부터 달라졌다”며 “네 세계에선 돌아가셨고, 내 역사에선 영종으로 역사에 남으셨어. 호란을 막아냈거든”이라고 설명한다. 즉, 소현세자의 등극과 호란에서의 승리가 두 세계의 갈림길이 된 셈이다.


이는 다소 어색한 설정이다. 소현세자는 조선 인조의 장남으로 병자호란 패배 후 청나라 수도 심양으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서양 문물을 접한 그는 귀국 후 청과의 교류를 선호한 인물이다. 반청(反淸)보다는 ‘친청(親淸)’에 가까운 소현세자가 호란을 막아낸 영웅적 군주로 설정된 것이 어색한 이유다. 또 소현세자의 동생 봉림대군이 왕위(효종)에 올라 북벌을 추진했지만, 대내적 정치 구호였을 뿐 실제 이어진 적은 없다.


③수도 부산엔 일본 스타일 궁성=드라마에서 대한제국의 왕궁은 부산 ‘동백섬’에 있다. 일본을 최전선에서 막는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지은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동상도 서울 광화문이 아닌 동백섬에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반일 이슈를 활용하면서도 정작 인트로 영상의 대한제국 옛 모습이 일본 나라현 도다이지(東大寺) 등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작사 측은 “백제5층목탑과 우리 사찰, 중국 궁의 특징을 베이스로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들면서 일본 사찰의 특징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사과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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