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아내에게 매달 송금한 생활비, 증여세 내야 하나
더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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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63)
Q. 김씨는 최근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때문에 내내 마음이 쓰인다. 지인은 부부 공동명의로 구입한 주택의 자금 출처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지인이 지인의 아내에게 생활비로 보낸 금액도 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된 것이다. 김씨도 매달 월급을 아내에게 송금하고 있는데 그럼 나중에 김씨의 아내에게도 증여세가 추징되는 것일까?
A.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한다. 그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굳게 결합된 관계,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이 밖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아내는 안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했더라도 가족의 재산은 부부가 함께 모은 것이지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법에서도 그럴까? 부부간에 증여와 상속에 대해 세법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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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증여, 6억 원 넘으면 증여세 내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5개국 중 아예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13개국 정도가 된다.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22개국 중에서도 배우자 간 상속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하는 국가가 8~9개국 정도라고 한다. 즉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OECD 35개국 중 21~22개국 정도가 되는 셈이다. 부부는 경제적 공동체이므로 함께 모은 재산이 배우자에게 상속되더라도 이에 대해 또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배우자에게 상속해 줄 경우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은 상속세 계산 시 공제해 준다(5억 원 미만 시 5억 원 공제). 다만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 전체를 다 공제해 주는 것이 아니고, 배우자의 법정지분과 30억 원 중 작은 금액을 한도로 공제해 준다. 배우자가 상속받을 때 30억 원 전액 공제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자 법정지분을 한도로 공제해 준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배우자의 법정지분은 자녀의 1.5배이다. 만일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을 경우 배우자의 법정지분은 약 43%(=1.5/3.5)가 된다. 상속재산이 20억 원이라면 배우자상속공제는 법정지분인 약 8억 6000만 원을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다. 즉, 배우자가 법정지분보다 많은 12억 원을 상속받더라도 8억 6000만 원만 공제된다.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6억 원까지 공제되지만 6억 원을 넘게 될 경우 배우자도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할 때마다 6억 원이 공제되는 것이 아니라 10년간의 증여금액을 모두 합산해 판단하기 때문에 항상 과거 10년 동안의 증여금액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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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전액 아내에게 송금한 직장인의 경우
부부간에는 ‘내 돈, 네 돈’의 구분이 없다 보니 서로 자금이 오고 가는 경우가 많다. 편의상 안살림을 맡은 아내에게 자금을 맡겨 생활비도 쓰고, 남는 돈은 알뜰하게 저축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씨도 매달 월급을 받으면 자신의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아내의 계좌로 송금하고 있다.
이렇게 부부간에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금전이 지급된 것도 ‘증여’에 해당할까? 물론 세법에서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를 보내는 것은 증여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생활비는 말 그대로 가족들의 생활에 쓰이고 없어져야 하는 데 쓰고 남았다면 생활비를 넘어선 금액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즉 배우자에게 송금받은 돈을 식비, 교육비, 의류비 등의 생활비로 모두 써버렸다면 이는 증여가 아니지만 쓰고 남은 돈이 배우자의 계좌에 남아 계속 쌓여 왔다면 이는 생활비가 아닌 증여로 의심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배우자에게 자금을 이체하는 이유는 증여 목적 이외에도 배우자로 하여금 공동 관리를 맡기거나 가족들의 생활비를 지급하기 위한 편의적인 목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배우자로부터 이체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증여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세무조사가 진행될 경우 송금을 받은 배우자가 그 이유와 목적, 그리고 사용처 등을 소명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특히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을 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한다거나 부동산 매입자금 등으로 사용한 경우라면 증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그 금액이 10년간 6억 원을 넘지 않는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겠지만 6억 원이 넘을 경우 증여세가 추징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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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집 산다면 증여 금액 따져봐야
김씨가 아내와 공동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아내의 몫을 대신 내준 금액이 6억 원을 넘을 경우 증여세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내와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15억 원에 매수했는데 지분이 각각 50%라면 배우자 대신 부담한 7억 5000만 원은 증여에 해당되는데 이중 배우자 증여공제 6억 원을 공제한 후의 1억 5천만 원에 대해 약 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만일 아내의 계좌에서 7억 5000만 원을 부담한 사실을 입증하면 증여세를 피해갈 수 있을까? 아내의 소득으로 이 자금을 모았다면 인정되지만, 아내가 가정주부라서 김씨가 매달 보내 준 자금을 모은 것일 뿐 별다른 소득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증여세를 피해가기 어렵다.
따라서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자금출처 조사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고 향후 이자 및 원금상환 등에 대해서도 배우자의 부담 사실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증빙 등을 잘 갖추어 놓아야 한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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