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더오래]채소 없이 고기만 먹을 때 몸속에 무슨 일이?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85)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85)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 나온 영양 피라미드라고 하는 표를 외운 기억이 있다. 몸에 좋은 먹거리를 피라미드 형태로 쭉 나열해 놓은 것인데, 그중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가장 강조했기 때문에 영양 보충하면 이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이런 피라미드로 보여주던 정보의 상당 부분이 오류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꾸준히 수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릴 때의 피라미드 교육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당시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3대 영양소라고 하며 엄청나게 강조했다. 특히 탄수화물이 중요하다며 여러 곡물이 영양의 핵심으로 소개되었다. 세월이 흘러 연구가 더해지면서 단순하게 탄·단·지 만으로는 건강을 관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건강하게 사는 곳을 조사하고, 장수마을을 연구하면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래서 이 둘을 넣어 5대 영양소라고 하게 되었다. 여기에 영양가가 없지만 건강상 챙겨 먹어야 한다며 영양 피라미드에 넣게 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가 물이고, 나머지 한 가지가 식이섬유다. 그래서 최근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물 까지 7대 영양소로 분류한다.


건강한 다이어트, 체중을 조절하면서 면역력도 생기는 다이어트는 이런 영양소들이 골고루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상태다. 체중을 감량하거나 늘리더라도, 혹은 몸매를 다듬는 다이어트라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자신에게 맞는 영양소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강한 상태가 깨져 질병이 생기고, 붓고, 자기관리가 안 되어 결국 요요가 심하게 오고야 만다.


지금까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강조하는 영양소는 나머지 요소인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물이다. 탄·단·지가 안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는 자연스럽게 많이 먹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 가지 영양소는 어떻게 하면 잘 줄이고, 어떤 종류를 먹을까 하는 고민만 남는다.


하지만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물은 현대인이 잘 안 먹는 편이다. 이 세 가지를 챙겨 먹는 것이 면역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는 핵심인데도 말이다. 물을 제외한 (물론 수분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비타민· 미네랄·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채식이다. 현대인은 채식을 안 해도 너무 안 한다. 가만히 하루 중에 먹는 음식, 요리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내가 먹는 식사에서 채식은 몇 %나 차지하고 있을까? 아, 여기서 탄수화물과 과일을 제외한 채식으로 따져 보면 좋겠다. 탄수화물로 대표되는 곡식·쌀·밀가루 등과 과일은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가 있긴 하지만 당분이 많은 게 단점이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고기만 먹어서는 힘이 안 난다. 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이 들어오더라도 힘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분해하는 효소가 필요한데, 그 효소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 들어와도 흡수가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고기만 많이 먹고 채소를 곁들이지 않으면 남아도는 고기에 해당하는 양은 독소로 변한다. 몸속에 독소는 염증을 일으키고 지방이라는 형태로 바뀌어 저장된다. 채소를 먹어주면 채소 속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영양을 몸속으로 흡수하여 기운이 나도록 만들어 준다.


이렇듯 에너지 대사를 일으키고, 몸속 세포와 세포들끼리 주고받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비타민과 미네랄이다. 예를 들어 근육세포 간에 신호전달이 안 되면 수축이 일어난다. 그럴 때 마그네슘이 도움된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면 마그네슘을 먹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뇌세포 간에 신경전달 물질을 소통하는데도 미네랄이 직접 관여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부족하면 목숨에 지장을 주기도 하고,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물마다 다르지만 현재 알려진 비타민과 미네랄은 사람 몸속에서는 직접 생산이 안 되기 때문에 음식물로 섭취해야 한다. 동물성 음식에서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채식은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까지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식사다.


식물의 여러 부위 중에서 미네랄이 가장 많은 부위가 뿌리이다. 미네랄은 물속에 녹아 있거나 땅속에 있는데, 흙을 먹을 수는 없다. 물과 땅의 미네랄을 식물의 뿌리에서 흡수해 저장해 둔다. 그래서 식물의 뿌리는 미네랄의 보고다.


이런 식물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인체에 미치는 약효로 바꾸어 관찰한 것이 한의학이다. 식물마다 다른 약효를 구분하고, 산지와 부위에 따라 정리를 했다. 특히 식물의 뿌리는 서양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 한약재로 쓰이는 약초의 상당수가 뿌리인 것은 식물의 영양성분에 의한 약효를 잘 관찰한 데 따른 것이다. 달여먹으면 비타민이 파괴되기 때문에 약초를 복용하는 방법에는 생으로 먹거나 빻아서 꿀에 빚어 환으로 만들어 먹는다.


한의학뿐 아니라 영양학·기능의학·통합의학도 식단을 중요하게 여기고, 식물 각 부분에 있는 영양소를 ‘기’로 설명하면서 비타민과 미네랄의 대량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서양에서 몇 가지 비타민·미네랄의 효과를 연구해 최근 몇십년 사이에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수천 년 동안의 연구로 큰 발전을 이루었다. 게다가 서양에서는 잘 연구하지 않는 식물의 뿌리, 각종 동물성 약재, 심지어 물과 흙, 광물에 대한 연구까지 집대성해 놓았다. 또한 여러 가지 식물을 뒤섞어 놓았을 때 일어나는 화학적 효능은 지금의 과학으로는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현대의 온갖 항산화·항염·항암 음식은 다 파이토케미컬, 즉 약초를 연구한 것이다. 현대인의 다이어트는 해독과 함께 몸을 깨끗하게 하고 면역을 키우는 항산화 성분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서양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치료에 접근하는 것을 기능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과의 통합의학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한의학이 기여하는 바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다음에는 이런 내용을 기초로 다이어트에서 정말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를 제대로 섭취하는 올바른 채식법을 알려드리려 한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