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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중앙일보

[더오래]신기한 일 생기는 개그맨 김원효의 부부 대화법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91)

얼마 전 종일 바빴던 하루였습니다. 청소도 못 한 채 집을 나선 날이었는데, 조금 늦은 시간 집에 들어서니 남편이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왜 지금 청소를 해? 아까 왔던 거 아니야?”라고 별 생각 없이 한 마디 꺼냈죠.


며칠 후 신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의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크 하나 없이 지나긴 아쉽고 큰 걸 사면 남기기가 일쑤니 그냥 작은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이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받았죠.


작년 말 감당이 안 되는 크기의 버터케이크를 사 들고 와서는 서로가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라 산책 겸 같이 나갈까 했지만, 혼자 다녀오겠다는 말에 그사이 저는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작은 조각 케이크 하나면 된다고 당부한 남편의 손에 얼핏 봐도 안에 담긴 내용물의 크기가 가늠되는 상자가 들려 있습니다. 제 입에서는 “왜 이렇게 큰 걸 사왔어?”라는 말이 튀어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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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을 먹다 남편이 말합니다. 요즘 부쩍 제 말에 ‘왜’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왜’에는 단순한 궁금함만이 담기진 않았겠지요.


“청소하고 있었네”, “케이크 사 왔네” 그냥 이렇게만 해도 될 것을 ‘왜’라는 단어로 순간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던 겁니다. ‘아차’하며 지난번 쓴 글의 주제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제 입에서는 ‘왜’가 먼저 튀어나왔던 겁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그것 말고는 다 장점이라 말해주는 남편에게 그럼 전 좋은 것도 종종 말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러마 했죠. 돌아서며 “사실 난 평균 이상의 아내라고 생각했어!”라는 제 말에 남편은 크게 웃습니다.


살다 보면 나는 잘하고 있는데, 상대도 조금 더 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옵니다. 그 생각이 짧은 ‘왜’라는 말에 묻어 나왔구나 생각하며 평균 이상이라 자만했던 나와 나의 말을 다시금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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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10년째 깨 볶는 부부, 잉꼬부부로 소문난 개그맨 김원효 씨가 결혼 9주년을 맞아 그의 SNS에 올렸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했던 말들 ‘왜 좋아했어요?’, ‘왜 만나요?’, ‘왜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요?’, ‘결혼하니까 좋아요?’, ‘행복해요?’, ‘아직도 사랑해요?’,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와 ‘?’만 빼 봅시다.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좋아했어요’, ‘만나요’, ‘먼저 결혼하자고 했어요’, ‘결혼하니까 좋아요’, ‘행복해요’, ‘아직도 사랑해요’,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심하지 말고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하세요’”라는 내용의 글이었죠.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돌아보면 그 실수가 되려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연초의 일을 떠올리며 부부 사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올해이길 바랍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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