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겨울철 실내서 새싹 채소 키워 먹기…짭짤한 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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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정아의 식(植)세계 이야기(9)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다. 잎과 꽃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도 있고 분양해 돈을 버는 식테크의 결실도 있지만, 직접 키워서 먹는 즐거움도 뜻 밖에 중독성이 있다.
다른 식물보다 성장이 빠르게 진화한 채소는 짧은 기간에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 씨앗이 눈을 트고, 눈곱만한 초록 이파리가 올라와 버젓한 잎이 되고,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열매를 맺는 걸 보면 생명과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철학자만의 것은 아니다.
야채 종류를 키워 먹는 건 경제적이기도 하다. 특히 일주일이면 키워서 먹을 수 있는 새싹채소에는 다 자란 채소보다도 비타민이나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훨씬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봉투에 1000~2000원 정도인 씨앗 서너 가지와 새싹채소를 키우기 적절한 채반만 있으면 물만으로 재배한 깨끗한 채소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물론 흙으로 채소를 키울 수도 있다. 흙에서 키운다면 별도의 용기가 필요 없고 과자 용기로 쓰인 플라스틱이나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컵에서 재배하면 된다. 대신 상토를 준비해야 한다. 외출이 쉽지 않은 겨울,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이는 새싹채소 재배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우선 새싹채소 씨앗부터 준비해보자.
새싹채소 씨앗. [사진 김정아] |
재배하기도 쉽고 맛있는 새싹채소로는 새싹 무순, 새싹브로콜리, 새싹 청경채, 새싹 다채, 새싹양배추, 새싹배추 등을 꼽을 수 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최근 가정 재배가 늘어난 새싹보리 씨앗이나 새싹 밀 씨앗은 2주일이면 15㎝ 이상으로 잘 자라 주스로도 많이 이용된다. 종묘업체나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보통 100~1000알이 든 씨앗 봉투를 1000~2000원 사이에 살 수 있다.
수경재배하려면 깊이가 너무 깊지 않은 넓은 쟁반과 씨앗을 펼칠 촘촘한 채반을 준비한다. 없다면 보통 3000원대부터 1만원 정도인 새싹채소 재배기를 산다. 몇 년 전부터 새싹보리 키워 먹는 사람이 늘면서 식물 성장을 돕는 LED 등까지 부착된 실내용 수경재배기도 있다. 가족 수에 맞춰 적당한 사이즈의 수경재배용 새싹채소 재배기를 하나 사서 이용하면 편리하다.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팔리는 각종 새싹채소 재배기. [사진 김정아] |
흙에서 새싹채소를 키우면 수경재배보다 성장을 잘하고 별도의 용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만, 채소는 주로 상토에서 재배했기에 새싹채소는 수경재배를 시도해봤다. 새싹채소 씨앗과 새싹채소 재배기가 준비됐으면 씨앗을 3~4시간 정도 물에 불려 놓는다. 씨앗이 불리면, 재배 용기에 채반을 걸치고 채반에 직접 닿지 않을 만큼만 물을 담는다. 그 후 채반 위에 씨앗을 골고루 펼쳐 놓는다.
씨앗을 물에 불리고(왼쪽) 새싹채소 재배기에 잘 펼쳐 놓는다. [사진 김정아] |
상추나 배추 씨앗은 빛이 있어야 발아가 잘 되지만, 대부분의 새싹채소 씨앗은 일반 실내조명 정도에서도 발아가 잘 된다. 다만 기온은 영상 20도 넘는 실내에서도 춥지 않은 곳에 두고 물은 매일 갈아주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물이 씨앗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물에 직접 닿으면 씨앗이 발아되지 않는다. 발아 초기에는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뚜껑을 덮어두는 것이 좋다. 하루에 몇 번씩 뚜껑을 열어 환기를 시켜준다. 겨울철에는 덜하지만, 여름철에는 환기가 잘 안 되면 새싹 채소에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새싹채소 파종후 2일차, 3일차, 5일차, 7일차. [사진 김정아] |
하루에서 이틀 정도면 무순과 적무순은 씨앗이 터지고 뿌리가 마구 자라난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일반적인 채소 새싹은 10~20㎝ 정도로 자랐을 때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최대치가 된다고 한다. 간 기능 강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은 새싹보리와 새싹 밀에는 항암·항산화·미백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생리활성성분인 페루릭산, 사포나린 등이 함유되어 있다.
6일쯤 되었을 때는 무순과 적무순은 이미 10㎝ 이상으로 자라 잘라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반면 브로콜리와 다채는 아직 싹이 트지 않은 씨앗도 많고 싹이 나온 새싹도 아직 작아서 더 자라야 할 거 같다. 이렇게 4종류를 키워본 건 처음인데 서로 성장 진도가 맞는 새싹끼리 재배하는 게 좋겠다.
무순과 적무순부터 수확해 먹기로 했다. 약간 쌉쌀한 맛이 도는 무순과 적무순은 대부분의 생선요리와 육류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식감이 좋아진다. 무순의 쌉쌀한 맛이 필요한 명란과 아보카도 비빔밥으로 정했다.
일주일만에 수확한 무순과 적무순(좌). 새싹채소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우). [사진 김정아] |
무순과 적무순을 가위로 잘라서 잘 씻어두었다. 가족들 취향에 맞춰 달걀은 2개는 삶고 2개는 프라이했다. 나중에 비벼 먹을 수 있도록 노른자는 반숙으로 했다. 미리 상온에 꺼내 후숙시킨 아보카도는 껍질을 까고 씨는 수저로 발라낸 후 반으로 갈라 얇게 잘랐다.
내가 여전히 베란다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도 일부 추가로 준비했다. 겨울이 되면서 성장이 늦어졌지만, 재미 삼아 키우는 로메인과 버터헤드상추, 다채 어린잎도 같이 씻어 두었다. 그릇에 밥을 담은 후 준비된 새싹채소와 달걀, 아보카도를 담은 후 맨 위에 명란을 올리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서 고추장과 비벼서 먹으면 끝.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일주일간 직접 키운 새싹채소를 먹는다는 점에서 좀 더 건강한 기분을 느끼는 한 끼 식사가 됐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브로콜리 새싹과 다채 새싹은 하루 이틀 더 키운 후에 남은 새싹채소와 함께 비빔밥에 한 번 더 쓸 계획. 마음이 바뀌면 회를 주문해 먹을 때 쓸 수도 있겠다. 독자 여러분도 추운 겨울 실내 새싹채소 키우기에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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