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까지 맛있게 끓이는 삼계탕의 비법 찾아내다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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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레시피에 따라 맛이 훨씬 좋아지는 음식이 있다. 지난 말복에 해 먹은 삼계탕이 음식을 하는 원리를 알고 나서 갖은 정성을 들여 만들면 맛으로 보상받는 보양식이다.
나는 1989년 외무부 출입 기자였고 한 외교관과 청와대 근처의 토속촌이란 음식점에서 걸쭉한 삼계탕을 먹고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란 것을 알게 됐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매년 여름이면 삼계탕을 해주어 보양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다.
토속촌의 삼계탕은 고 노무현 대통령도 좋아했고 지금은 중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로 들려 맛보는 한국음식일 정도로 유명한 만큼이나 맛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게다가 그날 토속촌으로 데려간 사람은 당시 외교관에서 지금은 보광그룹 회장이 되어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가까운 사이가 되어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 여름이 되면 친구들과 자주 가던 마포의 옻 삼계탕집도 생각나곤 했다. 이곳의 삼계탕은 닭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고 육질도 쫄깃해 인삼주에 곁들어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이 집도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그룹의 오너 집안과 CEO가 즐겨 찾는 맛집이다. 그런 인연과 추억이 있어 그런지 삼식이가 된 다음 스스로 삼계탕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삼계탕을 만들되 가슴살의 푸석푸석하고 뻑뻑한 단점을 잡고 환상적인 육수를 만들어 내겠는 욕심이 생겼다.
삼계탕 특강 듣고 여러 번 실전, 다양한 버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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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마포 중부여성발전센터의 강사인 임인숙 조리기능장의 삼계탕 여름 특강이 있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여러 번 실전을 거쳐 다양한 버전의 삼계탕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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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게 육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1인분용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엄나무 1쪽과 원기회복에 좋은 황기 1/2뿌리와 대추 과육을 발라낸 씨를 넣고 무려 2시간이나 육수를 우려내는 정성이 필요하다. 마포 옻 삼계탕 식으로 먹으려면 엄나무 대신 옻나무 또는 황칠나무를 넣으면 된다. 물론 처음에는 센 불로 물을 펄펄 끓게 한 뒤 약 불로 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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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1인분당 영계 1마리, 작은 수삼 1뿌리, 대추 5개, 마늘 5쪽, 불린 찹쌀과 녹두 등을 준비한다. 토속촌 식의 걸쭉한 삼계탕을 즐기려면 별도로 잣 2T(테이블 스푼), 해바라기 씨 1T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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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의 뱃속을 깨끗이 한 뒤 여기에 수삼, 대추 과육 2개, 마늘 2쪽, 프라이팬에 살짝 볶은 은행 2개, 불린 찹쌀 3T와 녹두 1T를 넣고 다리를 고정시킨 다음 2시간 우려낸 육수에 투하하고 40분간을 끓이면 된다. 여기서 주의 사항은 영계 뱃속에 찹쌀 등을 70%만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 꽉 채우면 뱃속의 쌀을 익히는데 1시간 이상이나 걸리고 살코기가 너무 퍽퍽해진다.
걸쭉하게 먹으려면 잣 1T, 해바라기 씨 1T, 찹쌀 1T, 육수 5T를 믹서에 갈아 불 끄기 5분 전에 삼계탕에 넣어 섞어준다. 2시간 40분의 인내와 정성은 반드시 환상의 맛을 선사한다.
몇 번의 실습을 통해 삼계탕의 요리 자체에 기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닭 가슴살은 20분도 채 안 되게 익혀야 육즙이 있는 데다 쫄깃해지고 닭 다리는 30분이면 매우 부드럽게 쫄깃해지는데 삼계탕이란 전체 조화를 위해 영계를 40분간 과잉으로 익힌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찹쌀밥을 추가로 만들기 위해 찹쌀을 별도로 넣은 삼베주머니는 30분이면 충분히 익는다는 점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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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난 17일 말복 삼계탕을 할 때는 영계를 끓이다가 완성 30분 전에 찹쌀 삼베주머니를, 20분 전에 별도로 닭 가슴살을 추가해 넣었다. 전통의 조리법을 약간 비튼 셈이다. 먹어보니 닭 가슴살은 육즙이 있고 쫄깃해 일품이었다.
이날 저녁 처형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혼자 있는 큰 동서를 초대해 삼계탕과 술을 대접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외롭지 않으냐는 나의 질문에 “하느님이 누구를 먼저 불렀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으로 즐겁게 살려고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맞는 말이다. 언젠가는 누구든 하늘나라로 돌아간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다. 옆에 있던 아내가 맛나게 먹는 형부를 위해 집에 가져가 드시라고 삼계탕 1마리를 그릇에 챙겨 전한다.
민국홍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중앙일보 객원기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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