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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크루즈 일본인 승객 “이대론 올림픽 절대 못한다"

일본 정부에 요청서 보낸 방역단체 활동가 인터뷰

"정부가 정보 통제, 선내 안내 방송 늦어"

"방재대국인데 후생성-내각부가 영역 싸움"

중앙일보

11일 낮 대형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접안해 있는 요코하마 다이코쿠 부두에 일본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중인 일본인 H씨(64세)가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방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H씨는 “전문가인 검역관이 감염됐는데, 승조원이 어떻게 안전할 수 있겠나”라며 “승조원도 승객과 똑같이 감염관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역당국이 확진자 숫자 등의 정보를 늦게 알려주는 등 배 안에서의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도쿄 올림픽을 절대 치를 수 없다. 일본 정부가 대응 방식을 바꾸도록 한국 등 국제사회가 강하게 요청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후생노동성 장관과 내각부 방재담당 장관에게 각각 “배 안에서의 상황을 개선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보냈다. 그는 “감염자가 65명 확인된 날 밤, 너무 걱정이 되어서 밤잠을 설쳐가면서 썼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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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일본 정부에 어떤 요청서를 보냈나


A : 하루라도 빨리 탑승자 전원 검사를 요청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무감염자로 배에서 내리고 싶다. 치약, 일회용 팬티, 가글 등 생활용품을 보내달라고 했다. 소박하지만 된장국 같은 일상음식을 보내주면 좋겠다. 재해 경험이 많은만큼 노하우가 많지 않겠나. 지금이야 말로 아베 총리가 늘 강조하는 ‘푸시(PUSH)형 지원’을 해달라고 했다. 배 안에는 고령자와 병약한 사람이 많다. 승조원도 구분하지 말고 승객과 똑같이 감염대책을 적용시켜야 한다.


Q : 승조원의 감염이 우려되는 이유는


A : 배 안에서 승조원 감염자가 21명이나 나왔다. 승조원들은 비닐 장갑과 마스크가 전부다. 전문가인 검역관조차 그런 모습으로 감염됐는데, 식사를 배달하고 세탁을 하는 승조원들이 어떻게 제대로 대처하겠나. 마스크를 버릴 때조차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조심히 버려야 하는데, 그런 수칙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Q : 배 안에 정보는 충분히 전달되고 있나.


A : 6일 선장의 안내방송에서 “검역당국의 지시 때문에 감염자 이송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정보 공개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내가 늦었다”고 했다. 이미 언론에 보도가 다 됐는데 그제서야 안내를 한다.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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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무엇이 가장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A : 처음 요코하마항에 도착했을 때 고작 의사 5명이 들어왔다. 5명이 3700명을 돌보려면 1인당 700명씩이다. 처음에 인력을 총동원해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2월 1일 시점에 이미 (일본 정부는) 홍콩 남성의 감염을 알고 있었는데, 그 때라도 사실을 알리고 방에 있으라고 알려줬으면 이렇게까지 확대되진 않았을 것이다.


Q : 일본은 방재강국으로 알려져있는데 왜 대처가 안되나.


A : 이 사태를 법률적으로 재해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검역 단계에 머물러 있다. 후생노동성이 자기 일이라고 틀어쥐고, 방재 영역으로 일을 넘기지 않고 있다. 감염자 65명이 나왔을 때 발표를 후생성 장관이 할 지, 관방장관이 할 지 정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본의 칸막이 행정의 폐해다. 정보는 아래에서 위로, 결정은 위에서 아래로 이뤄지는 게 원칙인데, 지금은 누가 톱인지 알 수가 없다. 후생성 장관인지, 관방장관인지 총리인지 아니면 선장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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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일본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반응이 어떤가.


A : 인터넷 우익들의 댓글 공격을 받았다. 나를 바다에 버려버리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사는 곳을 언급하면서 “조선인과 공산당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등 대단히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일본 정부가 대응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은 불가능하다. 올림픽 때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올 텐데, 이런 식으로는 관광대국이라는 목표도 이룰 수 없다. 지금 부탁하고 싶은 건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인도,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일본 정부를 향해 이런 문제제기를 강하게 전해주기 바란다.


요코하마=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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