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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태원 "현금 모아라"에…SK계열사 총동원 5조 확보

코로나19에 현금 확보 나선 주요 그룹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확보에 전력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흑자 폭이 줄며 체력이 약해진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재계를 대표하는 5대 그룹도 계열사에 현금 동원령을 내리는 등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10조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이후 찾아올 기회를 잡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좋은 기업이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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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건 SK그룹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최근 계열사 대표에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최 회장은 이어 “코로나 이후에 적당한 매물이 나와도 현금이 없으면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SK, 5조원 이상 2월 이후 확보


최 회장의 격려성 질책에 SK그룹 각 계열사는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채 발행은 기본이고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덕분에(?) SK그룹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에만 5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그룹 지주사 SK㈜가 지난 5월 분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11조565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최 회장의 현금 확보 특명에 장기 투자로 묻어놨던 지분을 팔거나 회사채 발행도 줄을 잇고 있다”며 “각 계열사 대표 간 현금 확보에도 경쟁이 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K 계열사 간 현금 확보 경쟁도


SK그룹 계열사 간 현금 확보 경쟁은 지난 4월 무렵부터 속도가 붙었다. SK에너지는 회사채 5500억원(4월)을 발행했다. 윤활유 사업을 맡은 SK루브리컨츠도 회사채 3000억원(5월)을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1조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에선 최대 규모였다. SK가스와 SK브로드밴드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분 매각도 적극적이다. SK E&S는 지난 4월 보유하고 있던 중국 민영 가스 기업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10.25%)을 모두 처분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SKC도 SK바이오랜드 지분을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매각가를 1000~2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은 기업공개(IPO)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SK㈜는 SK바이오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주식 시장에 안착할 경우 SK그룹은 7000억~9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 여기에 더해 SK이노베이션은 지분의 100%를 보유한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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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회사채 발행 속도전으로 1조원 확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호텔 사업을 거느린 롯데그룹은 회사채 발행으로 위기 타개에 나섰다. 5월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6930억원, 1조135억원이다. 5대 그룹 중에선 상대적으로 현금 상황이 열악하다.


롯데그룹은 지주사와 계열사를 가리지 않고 지난 4월부터 회사채를 발행 속도전에 나서며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각 기업의 공시 등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조달했다. 4월에만 롯데푸드(1000억원), 롯데칠성(3000억원), 롯데쇼핑(3500억원), 롯데지주(2000억원)가 각각 회사채를 발행했다. 비상장사인 호텔롯데는 올해 3월 말 8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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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채권 발행 계획을 1500억원 수준으로 잡았으나 회사채 시장 자금이 몰리며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렸다. 롯데쇼핑도 기존 24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회사채 발행액을 늘렸다.


익명을 원한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1분기 실적만 보면 그룹 전체 영업이익으로 각종 금융비용 이자 내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면세실적 악화로 계획했던 호텔롯데 상장도 단기간엔 어렵고, 각 계열사별로 현금 확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재계에선 신동빈 회장이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2달 넘게 일본에서 머물렀던 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엔화 자금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깔렸었다는 해석도 들린다. 신 회장은 올해 호텔롯데 기업공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기업공개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만 해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했다. 여기에 맞물려 롯데마트 폐점이 속도를 내는 것도 현금 확보 차원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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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부동산 정리해 현금 확보


LG그룹은 부동산 정리를 통해 코로나19 현금을 늘리는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지분을 싱가포르 투자청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리코 창안에 팔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6680억원 수준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가동을 중단한 구미 사업장 부지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구미 사업장 매각 대금은 1000억~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 11억달러(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채 발행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월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LG전자도 같은 달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했다. 구광모 ㈜LG 대표 취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선택과 집중 기조에, 코로나 위기 상황이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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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중앙포토


삼성·현대차 상대적으로 현금 여유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5월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27조원과 10조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아자동차도 같은 달 3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차의 회사채 발행은 4년 만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유동성 관리의 일환”이라며 “전사 컨틴전시 플랜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에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자산 매각도 없다. 삼성전자의 회사채 발행은 2001년이 마지막이다.


강기헌·이소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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