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형 유골 어딨냐" 10년째 땅 파는 동생의 사연
대전 황의섭씨 "2011년 형 요양원서 숨져"
양주시 공설묘지에 묻혔다는데 묘지 없어
10년 전 사망한 우리 형의 유골을 찾아달라.”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황의섭(59·건축업)씨는 “2011년 경기도 양주시의 한 요양원에서 형이 숨졌는데 지금까지 유골을 찾을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황씨는 “양주시가 운영하는 공설묘지에 형이 묻혀 있다는 데 무덤도 없고 유골도 찾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황의섭씨가 지난 8월 21일 경기도 양주시 공설묘지에서 유골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황의섭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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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운영 공설묘지에 형 묘지 없어
황씨는 형 의완씨를 14년 전인 2006년 1월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의완씨는 정신지체 2급 장애인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요양원에 입원한 의완씨는 2011년 12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입원한 지 6년 만이었다.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급성 심장사(심장마비)였다.
의완씨 시신은 사망한 지 약 4개월 뒤인 2012년 3월 양주시가 무연고자로 처리,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공설묘지에 매장했다고 한다. 황씨 형제에게는 부모 등 다른 가족이 전혀 없다.
의완씨가 사망하자 요양원 등에서 유족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의섭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의완씨 시신은 양주시내 한 병원에 안치돼 있다가 공설묘지에 매장했다고 한다.
의섭씨는 “형이 사망하기 전후로 내가 전화번호를 변경하는 바람에 연락이 안 된 거 같다”며 “시신을 매장한 지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경찰서 측에서 연락을 해줘서야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양주시청을 찾아가 형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양주시청 관계자가 알려준 대로 공설묘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시청 직원이 알려준 지점(묘지번호 437번)에는 봉분조차 없는 평지 상태였다고 황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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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주변 발굴했으나 유골 흔적 없어
황씨는 다시 시청에 찾아가 항의했다. 그랬더니 다른 묘지(묘지번호 50번)에 안장돼 있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현장을 가보니 50번 묘는 다른 사람의 묘였다. 지난 8월 21일에는 묘역 발굴 허가를 받아 50번 묘역 주변을 발굴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황씨는 요양원에도 문의했다. 그런데 요양원에서는 “형의 시신을 양주시내 화장터에서 화장했다"고 했다. 황씨는 해당 화장터를 찾아 기록을 찾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시청 등에서는 매장을 했다고 하고 요양원에서는 화장했다고 한다”며 “시신 처리 기록이 없어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황의섭씨 등이 지난 8월 21일 경기도 양주시 공설묘지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황의섭씨] |
황씨는 “유가족 허락없이 시신(유골)을 없앤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2018년 10월 경찰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양주시청 등의 관계자들은 기소 중지 처분을 받았다. 황씨는 공설묘지 관할 책임자인 양주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사라진 형의 뼛조각만이라도 찾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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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청 "분묘 정리하다 없어진 것으로 추정"
이에 대해 양주시청 관계자는 “분묘 정리를 하다가 의완씨 묘지가 없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건 모른다”고 했다. 양주시 장흥면 사무소 관계자도 “시청에서 무연고자 처리해서 공설묘지에 매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누군가 묘지 보완 작업을 하다 없어진 것으로 추정할 뿐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의완씨가 입원했던 요양원 측은 “그분이 요양원에서 사망한 것은 맞지만, 화장을 했는지 매장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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