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근마켓 '20만원 입양' 그 신생아, 보육시설로 간다
아이는 보육시설로, 엄마는 미혼모 지원센터행
“가족 도움 없이 미혼모 임신·출산, 입양절차 부담”
원희룡 “비난보다 정서지원 필요…제도 개선점 찾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고물품 거래 어플리케이션에 ‘아이 입양 게시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킨 미혼모 A씨가 19일 신생아와 헤어졌다.
지난 13일 제주시내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이 아이는 태어난 지 7일째인 19일 제주도 모 보육시설로 보내졌다. A씨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사정임을 전해들은 제주도 등 관계 기관이 나서 보육시설을 알선했다고 한다.
출산 후 계속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머물러왔던 A씨는 이날 아이를 보육시설로 보내고 난 뒤 제주도 내 미혼모를 돕는 지원센터로 들어갔다.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 만난 해당 지원센터 관계자는 “나이가 많지 않은 A씨가 원치 않게 임신을 하고 갑작스럽게 출산한 뒤 이런 일을 겪으면서 큰 심적 충격과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라며 “아이를 보내고 지원센터로 오는 동안에도 계속 심적으로 불안한 얼굴이었다. 눈빛이 퀭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 지원센터에서 당분간 머물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이는 공식 입양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고 당분간 보호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번 제주도 '아이 입양 게시글' 파장 이후 미혼모 보호제도 및 입양절차 등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하고 관련 기관과의 상담을 거쳐 7일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한다. 부모나 아이를 낳은 미혼모에게 입양에 대해 숙고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미혼모 A씨 사례처럼 아이의 친부 또는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나 출산 예정일보다 이르게 갑작스러운 출산을 하게 되면 미혼모 부담이 커지게 된다. 제주도 내 미혼모 B씨(20대 후반)는 “아이 아빠의 도움 없이 미혼모 혼자 산후조리 과정에서 아이 출생 신고를 직접 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데다가 입양 기관 상담 중 입양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게시글을 올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게시물 작성 이후 잘못된 행동인 것을 깨닫고 곧바로 글을 삭제했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아빠 없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예정보다 이르게 출산한 상황이라면 비난보다는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며 “이런 미혼모나 다른 사연 있는 산모와 아이들을 돕기 위한 지원센터가 전국에 있으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아이 입양’ 게시글과 관련해 “분노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난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먼저”라고 썼다. 이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 입양특례법상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A씨가) 그것 때문에 입양 절차를 꺼리게 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며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사회적 비난까지 맞닥뜨린 여성에 대해 보호와 지원을 하겠고 또 제도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적었다.
지난 16일 오후 한 중고거래 앱의 제주 서귀포시 지역 카테고리에 판매금액 20만원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A씨 계정으로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이 게시글에는 이불에 싸여 잠이 든 아이 사진 2장이 함께 올라왔다. 경찰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