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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평양 치맛바람' 만든 김정일 의붓어머니 김성애 사망

후계자 자리 두고 김정일과 경쟁

김정일·김정은 집권 뒤 모습 감춰

아들 김평일 30년 넘게 해외 유랑

김정은 권력 안정 단계에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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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전 주석의 부인 김성애가 사망했다. 10일 정보 관계자는 “정부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건에서 김성애는 사망한 것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사망설이 돌았지만, 정보기관이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망 날짜와 사인을 묻는 말에는 “정보 능력이 노출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7년 김정남 암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 권력 암투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본지 단독보도 이후,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김성애 사망과 관련해 관련 동향이 있다"며 "(관련 사항을)구체적으로 확인해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애(여ㆍ1924년 출생)는 1953년 김일성 전 북한 주석과 결혼했는데 앞서 49년 사망한 김정숙 이후 맞은 두 번째 부인이다. 북한에서 첫 번째 퍼스트레이디로 알려진 김정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생모가 된다. 김성애가 의붓어머니로 등장하면서 북한 후계구도에도 일대 파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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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

54년 김일성의 둘째 아들 김평일을 낳으면서 김정일과 후계자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1942년에 태어난 김정일은 당시 13살이었는데 의붓어머니인 김성애와 껄끄러운 관계였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91년 일본의 한 언론은 소련 매체를 인용해 ‘김정숙이 김일성 비서였던 김성애와의 불륜관계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숙이 출산 중 사망한 것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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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애 본인도 권력 전반에 나서기도 했다. 71년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72년 최고인민회의 5기 대의원에 선출된 뒤 6ㆍ7ㆍ8ㆍ9기 대의원을 연이어 맡았다. 80년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일성이 사회주의 국가 순방 때는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평양 치맛바람’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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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북한 정보분석관은 “김성애 남동생 김성갑이 누나와 자형인 김일성을 믿고 권력을 휘두르면서 김정일과의 관계는 더욱 나빠졌다”고 귀띔해줬다. 71년 김정일은 평양시 당 책임비서였던 김성갑의 월권행위와 비리를 문제 삼아 김성갑과 그의 측근들까지 한데 묶어 숙청했다. 74년 김정일은 노동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오르면서 ‘친애하는 동지’‘당 중앙’으로 불리며 후계자로 확정됐다.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김평일은 88년 헝가리 대사를 맡아 북한을 떠난 뒤 잠시 북한을 다녀갔을 뿐 사실상 해외를 유랑하고 있다. 불가리아ㆍ핀란드ㆍ폴란드 대사를 거쳐 2015년부터는 체코 대사를 맡고 있다. 사실상 해외 공관에 유폐된 상태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뒤 동남아를 떠돌다 2017년 말레이사에서 암살된 것과 유사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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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애는 94년 미국 카터 대통령 부부와의 회담 당시 잠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해 김일성 사망 이후 활동이 거의 없었다. 97년 김일성 사망 3주기 중앙추모대회 참석 이후 종적을 감췄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갖고 있던 여맹위원장에서도 이듬해 4월 해임됐다. 김정일이 97년 10월 당 총비서에 추대된 직후였다. 2010년 10월 중앙위원회 위원도 해임돼 모든 관직을 내려놨다. 불과 한 달 전인 9월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ㆍ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ㆍ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올라 후계자로 나선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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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애 사망으로 김정은 후계구도는 마무리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 성혜림은 2002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고, 그의 아들 김정남은 암살됐다. 유일하게 남은 혈육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다. 그는 현재 서방국가에 머물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김평일 행보가 걱정된다”면서 “일단 김정은 권력 승계는 정치적ㆍ혈육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이 김성애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할 것 같지는 않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곁가지로 불리는 김성애 사망 사실을 북한 당국이 직접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김정은 생모 고용희의 우상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이면서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는 2004년 프랑스에서 유선암 치료 중 사망했다. 고용희와 김정일의 첫째 아들인 김정철은 권력에서 물러나 있고, 막내 딸이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ㆍ정치국 후보위원 직책을 갖고 김정은 곁에서 보좌하고 있다. 남 교수는 “북한에서 격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김정은 세습은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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