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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감 바이러스 품은 계란…10일 뒤, 2억명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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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실려온 계란 15만 개가 컨베이어 밸트에 실려 줄줄이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 안에 설치된 얇은 주사 바늘은 계란 윗 껍질 부분으로 순식간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계란은 다시 줄 지어 부란기(인공적으로 알을 부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향했다.

얼핏 보면 양계장 또는 식품 공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실 독감백신 생산라인이다. GC녹십자가 2009년 전라남도 화순군 생물의약산업단지 내에 설립해 10여년간 독감ㆍ수두 백신 등을 생산해 온 곳이다. 기계에서 나온 바늘이 계란에 주입한 액체는 독감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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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 생산한 독감 백신 수량은 지난 달 말 2억 도즈(1도즈는 성인 1회 접종 분)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산술적으로 한해 평균 2000만명, 10여년 간 2억명이 이곳에서 생산된 독감 백신을 맞았다. 국내 1년 평균 독감백신 접종 규모(1500만 도즈 안팎)를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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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통상 겨울 한철 장사로 여겨지는 독감 백신을 수출을 통해 연중 장사로 전환한 데 있다. GC녹십자는 2012년부터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반구 지역 중남미 국가에 독감 백신을 수출했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기는 겨울철인 10~12월이지만,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 국가들은 4~6월에 독감백신을 맞는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국내 수요가 없는 시기 공장 시설을 놀리지 않고 가동해 백신을 만들어 남미 국가에 수출한 덕분에 생산량은 꾸준히 늘었다. GC녹십자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PAHO) 독감백신 입찰에서 6년째 1위를 하고 있다. PAHO는 독감 백신을 구입해 남미국가에 공급하는 국제기구다. 김성화 GC녹십자 화순공장장은 “지난 달에만 코스타리카와 페루 등에 400만명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는 양의 독감 백신을 공급했다”며 “하반기 풀릴 국내용 독감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것과 동시에, 남미 국가에 보낼 독감백신을 출하하는 지금 이 시기가 일년 중 가장 바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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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 30일 오전 중앙일보가 방문한 공장에선 코스타리카로 보낼 70만 도즈 분량 독감 백신을 차에 싣는라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독감 백신은 섭씨 2도에서 8도 사이 온도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출하 공정도 복잡하다. 신선 식품처럼 3중 포장에 냉매 2개를 넣고 디지털 온도변화 이력 추적기까지 넣어야 마무리 된다. 신기훈 화순공장 생산4팀 부장은 “최근 한 달간 30여명 팀원이 3교대를 계속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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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은 계란(유정란)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원료가 되는 계란은 자회사 인백팜에서 하루 15만개씩 화순공장에 공급한다. 깨끗하게 세척한 계란에는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한다. 이 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두차례(2월이 북반구용, 9월이 남반구용) 나눠주는 '오리지널 시드(종자 바이러스)'에서 나온 바이러스다. WHO는 그 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해 각 회사별로 2병씩 나눠준다. 공장에선 이 중 한 병은 만약을 위해 보관하고, 나머지 한 병에서 나온 바이러스만 실제 백신 용으로 사용한다.


계란에 들어간 독감 바이러스가 성장하면 이를 추출한 다음 죽여서 백신으로 만든다. 총 10일 정도 걸린다. 박형준 화순공장 생산지원팀 부장은 “같은 바이러스에서 나온 독감 백신은 한 부모에서 나온 형제나 마찬가지”라며 “매년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달라지므로, 한번 생산한 백신은 다음 해에는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화순=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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